29일 "예술 가곡의 밤"
가곡 '그리운 금강산'은 1962년 6 ·25전쟁 12주년을 기념해 탄생했다. '보리밭'은 1950년대에 작곡됐고, '선구자'는 물경 193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민 애창가곡'의 반열에 오른 가곡들이 지금도 생명력을 잃지 않고 있지만, 그 깊이만큼 아쉬움은 남는다. 언제까지 옛 노래만 되풀이해 부를 것인가. 29일 계명대 음악대학 해담홀에서 '예술 가곡의 밤' 연주회를 갖는 대구예술가곡회는 이런 공감대를 바탕으로 발족한 지역 예술인 단체다. 1990년 첫 결성된 후 올해 18회째 연주회를 준비했다.
◆협업으로 가곡 창작, 전국 처음
"연주자들이 선호하는 우리 가곡은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청중들의 귀에 익은 노래만 부르다보니 그렇게 된 겁니다. 결국 가곡은 기껏해야 '가곡의 밤'이나 연주회 액세서리로 전락하는 지경이 됐던 겁니다." 대구예술가곡회 창립멤버인 김완준(성악가) 계명아트센터 관장은 "그래서 '젊은 우리가 새로운 노래를 만들어 보급해보자'라고 뜻을 모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대구예술가곡회는 창립 당시로선 획기적인 모임이었다. 각 예술 분야 전문가들의 '협업'을 통해 창작 가곡을 만들고 연주한 것. 시인이 만든 가사에 작곡가가 곡을 붙이고 성악가와 피아니스트가 곡을 완성하는 방식은 전국에서 처음이었다. 김 관장과 정희치(작곡) 경북대 명예교수, 시인 이태수가 당시 핵심 멤버로 15명의 회원으로 출발했다. '술 마시다, 노래하고, 또 술 마시는' 일이 여러 밤 이어졌다. 스스로 농담 삼아 '야(夜)술(酒) 가곡회'라고 부르기도 했다. 피 뜨거운 시절이었다.
대구예술가곡회는 19년 만에 회원 수가 50여명으로 늘어났다. 세월에 비해 몸집이 크게 불었다고 할 수는 없으나, '시', '작곡', '성악', '피아노', '일반회원' 등 5개 분과 회원들의 면면은 이 단체의 무게감을 실감케 한다. 회원 중 상당수가 지역 대학의 중진급 교수들이다. 김승철(계명대), 김완준(계명아트센터), 김정화(계명문화대), 박범철(영남이공대 평생교육원), 박영국(구미1대학), 백용진(대구가톨릭대), 손정희(영남신학대), 신미경(계명대), 유소영(경북대), 이의춘(대구가톨릭대), 이인철(영남대), 이화영(계명대), 최덕술(영남대 평생교육원), 최윤희(영남대), 하석배(계명대) 등이 성악 분과 회원들이다.
◆19년간 300곡 창작, 창작 가곡 보급에 앞장
창작 가곡의 탄생 과정은 말처럼 쉽지 않다. "시의 내용은 좋은데 표현 방식이 설명조이거나 운율에 맞지 않으면 노래가 안돼요." 권태복(대구교대 대학원 외래교수·작곡) 가곡회 회장은 "선율과 멜로디가 좋은 대중적 곡을 선호하는 회원이 있는가 하면, 학구적인 스타일을 좋아하는 이도 있어 의논을 많이 한다"고 했다. 창립 멤버인 강문숙 시인은 "가급적 어려운 시어는 배제하고 운율까지 맞춰야 하다 보니 작업이 까다롭다. 거의 1년 내내 곡을 고민한다"고 했다.
대구예술가곡회가 그동안 세상에 내놓은 곡은 300여곡에 이른다. 하지만 가곡의 보급은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청중은 여전히 귀에 익은 노래를 선호했고, 청중의 입맛에 맞춰 알려진 노래만 부르는 일이 많았다. 김 관장은 "작곡 기법이 좋거나 구성이 완벽하다고 해서 꼭 애창되는 가곡이 될 수는 없다"면서 "참 아름다운 곡들이 많은데 청중에게 선보일 기회가 적어 아쉽다"고 했다. 가곡회는 이런 악순환을 탈피하기 위해 매년 연주회를 열고, 창작 가곡 CD를 제작하고 있다.
권 회장은 "현재까지는 시인과 작곡가가 일대일로 한 곡씩 작업을 해왔지만, 내년부터는 3,4곡을 내놓고 곡 작업을 하는 방향을 고려하고 있다"며 "청중들이 새로운 곡에 귀를 열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공연은 오후 7시30분.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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