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3년 7월 16일 밤 10시. 대구 북구 노원동의 한 슈퍼마켓 앞에서 2살 남짓 된 사내아이가 버려졌다. 아이를 발견해 경찰에 신고한 것은 당시 23살의 여행사 가이드 이경자씨였다. 노란색 티셔츠에 흰 줄무늬가 있는 반바지 차림을 한 아이의 호주머니에는 '고아이니 잘 돌봐달라'는 쪽지 한장이 들어있었다. 경찰에 의해 '대성원'에 맡겨진 아이에게는 '김철수'라는 새 이름이 지어졌고, 1년 2개월후 스웨덴으로 입양됐다. 그렇게 한국인 김철수는 스웨덴인 유아킴 산네(Joakim Sanne·29)로서의 생을 살고 있다.
현재 그는 게텐베르그(Guthenburgh) 대학에서 국제경영학 석사과정에 있다. 대학 졸업 후 볼보사에서 4년간 일했지만 공부 욕심에 다시 학생의 신분으로 돌아갔다.
그가 처음 '한국'에 대해 생각한 것은 10대 때부터였다. 사고 방식은 스웨덴인이었지만 거울을 보면 항상 낯선 아시아 남자 아이가 서 있는 것이 혼란스러웠다고 했다. 그는 "늘 인생에서 뭔가가 빠진듯한 느낌을 지울수 없었다. 그 해답은 나의 뿌리가 어디인지를 찾는 것"이라고 했다. 한국 역사책도 읽어보고, 한글도 틈틈이 익혀 말은 못해도 글자를 읽을 수 있을 정도는 됐다. 그는 내년쯤 한국에서 한 두 학기 정도 한국어 강좌를 들을 계획도 갖고 있다.
친부모를 찾기 위한 유아킴의 한국행은 벌써 두 번째다. 지난해 방송사와 인터뷰도 했고, 대구 대성원과 노원동 일대를 돌며 자신의 흔적을 더듬었다. 그의 눈매는 잠시 촉촉히 젖어들었다. 그는 "낯선 곳에서 버려진 채 울고 있는 어린 내 모습과 마주하는 일이 너무 슬펐다"고 했다.
"분명 저를 보낼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원망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어떤 분이 절 낳으셨는지 꼭 만나고 싶습니다. 그들도 저를 그리워하고 있을까요?"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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