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제27회 전국연극제를 마치고

입력 2009-06-24 06:00:00

"연극이 끝나고 난 뒤 혼자서 객석에 남아 조명이 꺼진 무대를 본 적이 있나요~." 오래전 들었던 노래가 생각난다. 연극이 끝나고 관객이 떠난 무대에서 느끼는 공허함을 담았던 노래로 기억한다. 예전에는 그저 그런 노래로만 들었던 이 노래가 요즘에야 가슴에 파고든다. '이런 기분이었구나. 이런 감정을 노래한 거구나' 하며 노래 가사 하나하나가 되새겨진다.

'구미도 연극을 합니다'라며 5월 28일부터 6월 16일까지 20일간 구미시 전역에서 펼쳐졌던 '제27회 전국연극제'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20일 동안 18편의 연극이 무대에 올려졌으며 관람객 수만 3만2천여명이었다. 구미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과 대공연장을 합한 좌석수가 1천724석이니 하루 2회 공연이 모두 매진되는 진기록을 남겼다. 경북에서 20년 만에 치러진다는 의미를 더욱 부각시키기 위해 국제현대미술전을 비롯한 전시행사와 각종 체험행사가 이루어졌고 50여개에 이르는 다양한 장르, 다채로운 예술공연이 'Digi-art 페스티벌'이라는 타이틀로 구미시내 전역에서 펼쳐졌다.

이러한 행사를 관람한 인원까지 합하면 이번 전국 연극제는 연인원 13만6천여명이 함께한 종합예술 축제였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이렇게 되기까지 많은 사람들이 고생했다. 구미연극협회 관계자, 시청 공무원, 그리고 자원봉사자 등으로 홍보 사절단을 구성해 전국의 모든 자치단체를 방문했다. 각급 학교, 기업, 읍'면'동, 기관단체가 혼연일체가 되어 그물망을 짰다. 처음에는 동원이었을지 모르나 며칠이 지나면서 입장권을 구하지 못해 난리였다. 좌석이 없으면 복도에 앉아서도 마냥 행복했다. 그렇게 훌쩍 20일이 지나갔다. 이번 전국 연극제를 쭉 지켜본 한국연극협회 임원들과 심사위원들은 하나같이 역대 전국 연극제 중 가장 성공적인 대회였다고 입을 모았다. 구미의 문화적 저력에 대해 감탄을 하면서도 40만 구미시민의 연극을 향한 열정에 경의를 표했다.

이러한 성공은 우리나라 건축계의 신화 김수근 선생의 작품인 구미문화예술회관이 개관한 지 20주년이라는 역사성과도 잘 맞아떨어졌다. 경연에 참가했던 연극인들과 연극인 카페에서 시민들과 직접 대화를 나눴던 윤주상, 강태기, 최주봉씨 등 유명 배우들이 안고 간 수준 높은 구미의 문화 이미지도 덤으로 얻은 보너스였다.

필자는 바쁜 시정 업무 중 틈나는대로 공연장을 찾았는데 작품들이 모두 뛰어나 연극의 진정한 재미와 감동을 선사받았다. 관객들의 반응도 열광적이었다. 공연이 끝나고 보내는 힘찬 박수 소리에서 그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우리 구미시는 그동안 산업도시, 기업도시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자칫 공장, 굴뚝, 회색 등으로 상징되는 부정적 이미지를 희석하기 위해 '일천만그루 나무심기 운동', 꽃밭속의 구미가꾸기, 교육도시, 문화도시 등을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다. 이번 제27회 전국 연극제의 성공적 개최가 문화예술도시로 커 가는데 조금은 기여했으리라 본다. 이곳 구미, 선산은 원래가 신라 불교와 조선 유교의 원조 도시이다. 역사 교과서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다 아는 사실이다. 현대에 와서는 새마을운동과 자연보호운동 같은 생활문화운동이 지역의 발전을 이어왔던 도시다. 이러한 문화적 토양이 풍부했기에 전국 연극제라는 풀씨 하나가 '툭'하고 떨어지면서 파릇파릇한 문화의 들판, 문화의 광장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이다. 20일간의 행복했던 연극 여행은 끝이 났다. 하지만 이제부터 우리 구미는 시작이다. 잠재해 있던 구미 시민의 문화적 욕구가 수면 위로 분출했고 문화시민으로서의 긍지와 자부심을 확인한 이상, 구미 시민들이 열정을 활짝 꽃피워 나갈 것이다. 시민들이 직접 제작하고 참여하는 다양한 형태의 연극제, 예를 들면 동네 연극제, 아동 연극제, 청소년 연극제, 노인 연극제, 아줌마 연극제 등을 만들겠다. 연극 외에도 음악, 미술, 문학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에까지 구미의 문화 수준을 높여 가겠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고 했던가.

남유진(구미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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