百藥의 으뜸·百毒의 두령…술의 정체는?
'정수동은 조선 철종 때 사람이다. 술을 무척 좋아했고 방랑 기질이 있었다. 어느 날 밤 정수동은 동대문 밖에서 술을 얻어먹고 많이 취했다. 수표교 근처까지는 무사히 왔지만 결국 야경꾼들에게 들키고 말았다. 당시 야경꾼들은 밤중에 다니는 사람들을 감시하고, 동네에 도둑이 드는 것을 예방했다. 통행금지 시간에 등불을 켜고 야간순찰을 했던 것이다.
정수동을 발견한 야경꾼들은 "누구요?"라고 소리쳤다. 다급해진 정수동은 급히 두 팔을 옆으로 벌리고 담에 찰싹 달라붙으며 "빨래요"라고 답했다. 야경꾼이 "빨래가 어떻게 말을 하나?"라고 소리치자 "나는 옷이 한 벌밖에 없어서 입은 채로 빨았는데 아직 덜 말라서 이렇게 서 있는 것이오"라고 했다. 야경꾼들은 하도 기가 막혀 얼굴을 살펴보니 술꾼 정수동인지라 껄껄 웃으며 지나갔다.'
이 두꺼운 책 '한국의 술 문화 술 1, 2'는 술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와 정보, 문화를 재미있게 소개하고 있다.
술은 지상의 음식 가운데 가장 높고 멋스러운 음식이라고 한다. 마시면 기본적으로 즐겁고 맛있다. 어떤 날에 특별히 맛있고 특별히 즐겁다. 세계의 많은 민족들이 자신들의 땅에서 나는 재료로 술을 빚었다. 그래서 민족마다 술이 있고 제조법도 다양하다. 술 제조와 음주에는 민족 고유의 생활양식과 조상들의 슬기, 정서가 배어 있다. 술을 알면 그 민족의 음식과 정서, 문화를 알 수 있는 이유다.
그러나 술만큼 공과(功過)가 확실한 것도 드물다. 술은 때때로 백약(百藥)의 으뜸으로 불리지만 때로는 백독(百毒)의 두령으로 불린다. 적당히 마시면 진솔한 마음의 문을 열게 해 인간관계를 다져주는 윤활유가 되지만, 지나치면 '애비도 몰라보게' 한다.
우리 민족은 예부터 술을 즐겼다. 술이라면 타의 추종을 불허했고, 지금도 세계적으로 우리 민족만큼 술을 즐기는 민족은 드물다. 그렇다보니 정이 넘치기도 하고, 엉뚱한 피해를 야기하기도 했다.
지은이는 우리의 술 문화를 바르게 이끌기 위해서는 우리 민족 전래의 술 문화를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술 문화를 알고, 술을 알고, 술 예절을 알고, 가능하면 다른 나라의 술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지은이 이상희씨는 대구시장, 경북도지사, 영광학원(대구대학교) 이사장 등을 지낸 사람이다. 술과 관련된 업종에 종사한 적도 없고, 관련 학문을 연구한 적도 없다. 주호나 술꾼의 칭호를 얻을 만큼 술을 좋아했던 것도 아니다. 다만 우리 민족의 전통 문화에 남다른 관심을 가지면서 음주 문화에 대해 생각하게 됐을 뿐이다.
이 책은 한국의 술 연혁과 전통적인 술의 특징, 술 문화 등을 소개하고 있다. 술과 관련한 민속, 술집, 주법과 주도, 술과 관련한 풍류놀이, 음주와 문학, 노동과 술, 주기(酒器) 등의 자료도 집대성했다.
역사적으로 기록이 남아 있는 주호들의 술과 관련한 행적, 술 관련 고사성어, 속담, 흥미로운 일화와 야화 등도 소개하고 있다. 각 항의 주제와 관련된 그림 1천200여장과 사진을 실어 이해를 돕고 있다. 1권 954쪽, 9만원. 2권 778쪽, 8만원.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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