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전국에서 모인 46명의 6급 이상 여성공무원을 대상으로 강의를 할 기회가 있었다. 행정연수원에서 6개월간 교육을 받는다는 그들은 그동안 만났던 여성 공무원들과는 사뭇 다른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집에서는 엄마 아내 며느리, 직장에서는 그 누구보다 더 열심히 해야 겨우 눈에 띄는 것이 직업 여성들의 현실. 전문 직업인으로 성실하게 일과 능력으로 도전하는 여성들은 남성 위주의 조직에서 수시로 좌절되고 소외되어 버린다. 지방행정연수원으로 교육받으러 오기까지 평균 21년 넘게 근무했다는 그들에게는 얼마나 많은 어려움과 역경이 있었겠는가? 6개월간 집을 떠나 있다는 그녀들을 보면서 저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남성들은 요즘을 여성상위시대라며 비아냥거린다. 물론 최근 여성장관, 여성 국무총리까지 나오면서 그동안 남성들만의 자리로 여겨졌던 그런 높은 직위를 여성에게 양보했으니 그것만도 대 사건일 수밖에.
하지만 남성들 틈에서 바닥부터 시작해서 차근차근 단계를 거쳐 고급 공무원 자리에 간 여성이 우리나라에 몇이나 되나? 롤 모델(Role Model)이 전무한 이 분야에 있는 여성 공무원들은 적군지역 숲 속에서 지휘관도 없이 탈출구를 찾아 헤매는 용사들이나 다름없다.
OECD국가 중 여성의 권한 척도와 사회참여 수준이 아직도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우리 사회는 선거철만 되면 여성 후보 몇 %라는 말을 들먹이며 때묻지 않은 여성들에게 한껏 기대를 부풀게 했다가 매번 일시적인 구호로 그친다. 사회적 질타에 못 이겨 가뭄에 콩 나듯 여성 간부 한명을 승진시키면 마치 대단한 배려라도 한 듯 단체장의 업적으로 기록된다.
지금까지 꿋꿋이 버텨왔던 46명 여성 특공대원들과의 만남은 마치 옛 동지라도 만난 듯 수십년간 씹어 삼키기만 했던 고된 나날들을 아낌없이 쏟아내며 서로를 위로하는 시간이었다. 강의 중간에 누군가 지역에서 공수해 온 것이라며 함께 나눠먹은 누룽지같이 소박하면서도 구수한 그녀들의 미소에는 비장한 자신감을 엿볼 수 있었다.
외로운 '나 홀로 용사'들과 짧은 2시간 동안의 만남은 마치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동네 친구, 아우 같은 생각이 들었고 지금도 그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저려온다. 강의가 끝난 후 20여명으로부터 받은 '고맙다, 즐거웠다, 든든하다, 행복했다, 사랑한다'는 문자는 반가움과 동시에 새로운 도전을 향해 나를 뛰게 한다.
전문직여성한국연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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