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자기에 생명을 불어넣었다
본래 도자기는 흙과 물이 만나서 질퍽한 무형의 재질로 변하고, 사람의 손을 거쳐 형태를 갖게 되며, 유약과 불의 기운 속에서 매끈한 표면 위에 광채를 띈다. 하지만 도예가 양승호의 작품은 다르다. 흙을 빚었다기보다 마치 흙 속에서 갓 꺼낸 느낌이다. 다듬지 않은 듯 거칠게 갈라진 표면은 새로운 기법의 소산이며, 불길 방향에 따라 달리 입혀진 색채와 광채는 자연스러움의 극치다.
28년간 스위스, 프랑스, 영국 등 유럽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도예가 양승호(54)의 초대전이 23일부터 7월 4일까지 예송갤러리에서 열린다. 충남 태안 갯마을 출신의 작가는 단국대 도예과를 졸업한 뒤 곧바로 유럽으로 건너갔다. 1981년 영국에서 도자기 표면의 자연스런 갈라짐을 가져오는 표면처리기법을 개발, 영국 정부로부터 연구비도 지원 받았다. 보통 도자기는 1천200℃ 정도에서 구워지는데 그의 작품은 전통 가마에서 나무로 1주일간 불을 지펴 1천350~1천400℃를 넘나드는 고열에서 탄생된다. 한계를 넘어서려는 그의 고집과 도전 정신 때문이다. 이후 유럽 각국에서 2000년까지 20여 차례 개인전을 가지며 국내보다 유럽에서 더 유명한 작가로 알려졌다.
양승호는 '정원사로서의 도예가'라는 찬사도 받는다. 다관 뚜껑에 분재를 심어 자연스럽게 생명을 불어넣은 작품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예송갤러리 이상래 관장은 "분재를 심은 작품을 두고, 차를 마시면 다시 나무가 자란다고 농담을 했더니 실제로 믿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나무와 도자기의 만남은 자연스럽다"고 했다. 이번 전시에는 분재를 심은 '봄을 기다리며' 연작과 함께 다완, 트임편병, 트임화병, 찻잔, 차호 등 70여점이 선보인다. 그의 작품은 영국 글라인비비언 시립박물관, 독일 프레헨도자기박물관, 독일 란데스박물관, 프랑스 로안의 데셀트박물관, 스위스 베른의 공예품수집관 등 10여개 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053-426-1515.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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