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책쓰며 나만의 꿈 키워요"

입력 2009-06-22 10:08:24

대구시교육청 '10만저자 양성' 프로그램

▲ 경명여고 열세 소녀가 자신들이 펴낸 책
▲ 경명여고 열세 소녀가 자신들이 펴낸 책 '13+1'을 들고 활짝 웃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13+1.'

경명여고 학생 13명이 함께 펴낸 책이다. '나만의 책 쓰기'를 통해 우리 아이들이 변하고 있다. 책 쓰기를 통해 소녀들은 자신이 꿈이 무엇인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알게 됐다. 소설가, 도서관 사서, 경찰, 교사, 파티플래너…. 아이들의 꿈은 다양하고 구체적이었다.

'주근깨 소녀, 꿈을 따다'라는 글을 쓴 최승하양의 꿈은 파티플래너다. 18세인 최양은 28세와 38세가 된 자신의 모습에 대해 썼다. 2018년엔 파티 회사의 신입사원, 2022년 3월엔 '배우 장동건의 생일파티'를 열 예정이다. 38세가 되는 2028년엔 자신의 이름을 건 파티회사를 열고, 할리우드로 진출할 계획이다.

고3인 최양은 "고3인데 딴생각하지 말고 공부에만 집중해야 할 때가 아닐까…, 스스로 확신이 없었다. 그러나 글을 써 가는 과정에서 파티플래너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됐고, 확신을 갖게 됐다"고 했다.

'들어가도 될까요?'

조민정양이 쓴 글의 제목이다. 홀몸노인의 방문 앞에서 "할머니 저, 들어가도 될까요?"라고 묻는 말이기도 하다. 최고경영자가 목표인 조양은 홀몸노인 방문봉사활동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아는 CEO, 부를 환원할 줄 아는 CEO가 되겠노라'고 맹세했다. 이제 책이라는 기록(증거)이 나왔으니 이 약속은 어길 수도 없게 됐다고 했다.

'어느 몽상가'를 쓴 서윤정양은 "백일장 같은 글쓰기에서는 주제가 정해지는 데다 심사기준을 의식하기 때문에 수동적인 글쓰기를 하게 마련이다. 내가 완전한 주체가 돼 글을 써봄으로써 나만의 독특한 글쓰기, 열린 글쓰기를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최태영양은 '사실은 난 살고 싶었어요'라는 글을 통해 자살을 생각하는 소녀가 주변의 도움을 받고, 자살에 대한 오해를 풀어가는 과정에 대해 썼다. 죽음도 생각해보았다는 최양은 "책 쓰기는 내 태도변화의 한 전환점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최양의 글은 자살하려는 소녀의 심리를 아는 데도 도움이 된다.

한준희 지도교사는 "학생들은 대체로 성적에 맞춰 진학과 미래를 규정한다. 책 쓰기를 통해 학생들은 자신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게 됐다. 그 결과 성적에 맞춰 꿈을 규정하던 아이들이 꿈을 이루기 위해 성적을 올리는 태도로 변했다"고 평가했다.

경명여고 글쓰기반인 '꿈반이 2기' 김보경양은 "지금까지는 일방적으로 교육을 받는 입장이었는데, 스스로 가르치고 진행하니까 훨씬 재미있고, 집중도도 높다"고 말했다.

경명여고 '꿈반이' 13명의 학생들이 펴낸 책 '13+1'은 글쓰기 교육과정을 통해 출간된 1호 책이다. 대구시교육청이 '대구 십만 저자 양성'을 목표로 2008년 여름부터 교사연수를 실시하고, 각 학교에 100개 책 쓰기 동아리를 만든 첫 결과물인 셈이다.

현재 대구에서는 교사 4천여명이 책 쓰기 사이버 수업을 받고 있고 학생 1천278명이 책 쓰기 동아리에 가입, 자신들만의 책을 쓰고 있다. 시교육청 한원경 장학관은 "나만의 책 쓰기를 통해 학생들은 스스로 꿈을 확인하고, 21세기가 요구하는 창의적인 인재로 거듭나고 있다"며 "올 12월에는 대구시내 각 학교에서 다양한 형태의 '나만의 책'이 쏟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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