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EGU 2011 D-800]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입력 2009-06-18 14:23:49

(상) 도시 업그레이드가 최우선 과제

지금부터 800일 전인 2007년 3월. 당시 대구는 온통 잔칫집 분위기였다. 대구가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의 개최지로 선정된 기쁨은 대구시민들뿐만 아니라 경북도민들에게도 희망의 신호탄이 됐다. 육상 불모지나 다름없는 대구가 세계의 육상 강호 모스크바, 호주의 브리즈번을 따돌린 사실에 세계가 놀랐고, 한국도 놀랐다. 대구 스스로도 놀랐다. 정부 지원도 없고 대기업 스폰서도 없이, 오히려 자국 내에서 눈총받는 도시였던 터라 모두의 놀람은 더욱 컸다.

이제 우리는 날짜를 거꾸로 세고 있다. 2011대회가 열리기까지 남은 날짜는 오늘로 꼭 800일. 대회 성공 개최도 중요하려니와 대구 경제를 살리고 역사'문화'관광 경쟁력을 높여 명실공히 세계 도시로 발돋움시키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현재 진행되는 상황을 점검하고 남은 기간의 과제를 3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대회 취지와 개최 도시의 목표

세계육상선수권대회는 육상을 통해 세계인들의 우호를 증진하고 경기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열린다. 2011년 대구 대회 역시 이 같은 취지에 걸맞게 준비되고 성공시켜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개최도시 입장에서는 또 다른 목표를 갖는다. 도시 업그레이드. 미래에 비추면 대회 성공보다 더 중요한 과제다. 대회 이후 세계적인 도시로 우뚝 설 수 있도록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의식 등 모든 측면에서 질적인 비약을 가져와야 공들여 대회를 유치하고 땀흘려 준비한 보람을 찾을 수 있다.

2007년 대회를 개최한 일본 오사카는 무더운 날씨 탓에 6년 만에 세계기록이 나오지 않은데다 육상 열기가 낮아 관중도 많지 않은 등 경기력 측면에서는 그다지 높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그러나 오사카시는 대회 인프라 투자에 무리하지 않고 굴지의 기업들을 오사카로 끌어들이는 데 더 열을 올렸다. 도심의 옛 야구장과 일대 부지에 대규모 민간자본을 유치해 조성한 남바파크는 그해 1월 1단계 사업을 완공시키며 도심재생사업의 세계적인 사례로 떠올랐다.

1995년 대회를 개최한 스웨덴의 예테보리와 2001년 대회 개최지인 캐나다의 에드먼턴은 각각 인구가 47만명, 60만명이 사는 그리 유명하지 않은 도시였다. 하지만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통해 국제적 명성을 얻으며 도시 가치를 몇 배나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구의 경우 2002년 월드컵과 2003년 유니버시아드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러냈으나 일회성 이벤트에 불과했다는 점을 뼈저리게 반성해야 한다. 두 번의 국제 행사가 치러진 지 겨우 5년이 지났을 뿐인데 외부는커녕 대구시민들의 머릿속에조차 기억이 그리 많이 남지 않았다. 국제적인 경기장 시설이 마련되고 도시 환경이 조금 개선됐다는 점 외에는 물리적 변화도 감지하기 힘들다. 자원봉사가 무엇인지, 국제화가 어떤 느낌인지 깨닫게 했지만 관광객 수가 늘어난 것도, 관련 산업이 성장한 것도 아니다. 물론 스포츠 이벤트 자체가 도시 전체에 업그레이드 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작은 스토리 하나로도 대구를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여건이 주어진다는 점에서 그야말로 '우리 하기에 달린 일'이다. 이는 대회를 준비하는 사람들에게만 맡겨둘 게 아니라 시민들의 품에서 공유될 때 가능하다.

조해녕 대회조직위원장은 "이번 대회에 대구의 미래가 달렸다"며 "대구의 위상을 국제도시로 높이고 직'간접적 효과를 끌어내는 데 시민들의 힘을 집결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도시 업그레이드 사업 현황

2011대회와 관련해 대구시는 물론 중앙정부와 체육계까지 다양한 분야에 걸쳐 준비에 매달려 있지만 시민들의 관심을 가장 끄는 건 도시 인프라를 확충하고 국제도시의 이미지를 높이는 부분이다. 도시 인프라 확충과 관련된 사업으로 대구시는 지난해 이후 6개 분야 55개 사업을 정해 추진하고 있다. 2011년까지 2조2천689억원이 투입되는 막대한 규모다. 이 가운데 33개 사업은 이미 시작됐지만 나머지는 대회 준비상황, 국내외 경기 등에 따라 다소 유동적이다.

우선 대회와 직접 관련된 인프라 구축 분야는 필수불가결하다. 대구스타디움 옆에 실내 육상경기장과 육상아카데미를 갖춘 육상진흥센터를 설립하는 계획은 지난해 시작돼 현재 600억원 이상의 사업비를 전액 국비로 계획하고 있다. 구'군별로 1개 구간씩 정해 3천개 업소의 간판을 정비하고 디자인을 개선하는 명품간판거리 조성사업은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부분. 560억원을 투입하는 마라톤코스 도로시설물 정비, 90억원 규모의 마라톤코스 경관 개선도 대회 인프라 사업에 포함돼 있다.

주경기장 접근성 향상을 위한 분야 사업들은 시내 교통 여건 개선에도 크게 기여할 전망이다. 경기장 우회도로인 고모로(무열로~팔현마을~고산국도)와 경기장 진입도로, 신천서안 상동교~용계교 도로 건설 등이 여기에 포함됐다.

손님맞이 도시환경개선 분야는 환경, 도시디자인, 경관을 중심으로 18개 사업이 추진되면서 대구의 얼굴을 조금씩 바꾸고 있다. 금호강과 신천 일원의 수질개선 사업과 신천 생태하천 조성사업에 1천142억원이 투입, 대구의 친환경성을 부각시키는 계획이 두드러진다. 대기질 개선을 위해 지하철 구간 도로 30여㎞에 자동으로 물을 뿌려 깨끗하게 만드는 클린로드 사업에도 750억원의 국비가 들어간다.

문화관광자원 개발에는 12개 사업이 포함돼 대회 이후 지속적인 효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준비되고 있다. 도심 워킹투어 개발, 동성로 관광명소화, 서문시장 야시장 개장, 관광문화정보시스템 구축, 대구 명품음식 개발 육성, 한방 웰빙체험관 조성 등이 주요 사업이다.

대구시 정하영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지원단장은 "환경친화적인 대회 준비로 녹색 대구 브랜드를 창출하는 것이 도시 업그레이드 사업의 핵심 목표"라며 "국가 차원의 대회 지원이 대폭 확대돼 성공적이면서도 효율적인 대회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재경기자 kjk@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