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남희의 즐거운 책읽기]쿠오바디스 한국경제'

입력 2009-06-18 09:15:44

'2% 부자를 위한 정부' 보수주의자의 일침

'이준구 교수의 쿠오바디스 한국경제'를 읽었다. 이준구 교수는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로 미시경제학, 경제학 원론, 재정학 등을 강의하는 학자다. 최근 20주년 기념판을 찍은 '미시경제학' '재정학' '소득분배의 이론과 현실' 등의 책을 썼다. 최근에는 홈페이지를 통해 경제학의 지식과 경험을 쉬운 언어로 풀어 대중과 활발하게 소통하고 있다.

저자는 스스로 보수주의자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마지못해 사회비평의 붓을 들다'라고 프롤로그에서 쓰고 있다. 사회적 발언을 굳이 할 의도는 없었으나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는 의미로 읽힌다.

책 속에는 강단에서 오랫동안 학생들을 가르쳐 온 경제학자로서 현 시대를 보는 관점이 담겨 있다. 글들 중 '종부세, 그 경제학적 진실'이라는 장이 기억에 남는다. 현 정부가 들어서서 가장 먼저 한 일 중의 하나는 종합부동산세 손보기였다. 저자는 종합부동산세야말로 우리나라의 극심한 소득불균형을 완화할 수 있는 중요한 정책 중의 하나였다면서 누더기가 돼버린 종부세에 대해 강한 아쉬움을 드러낸다.

우리나라에 리무진 리버럴(호숫가에서 인생을 즐기는 민주당원을 미국에서는 레이크프론트리버럴이라고 부른다. 그들은 비싼 볼보 승용차를 몰고 다니며 카페라떼를 홀짝이고 백포도주를 즐긴다. 지지 세력은 흑인, 이민 온 자들, 노조원이나 철거민 등 소수 약자 출신이다. 부자이면서 가난한 사람을 대변한다. 위선적이라는 뜻도 담겨 있다)이라도 있어 부유한 사람들이 더 많은 세금을 내는 것은 일종의 명예라는 올바른 목소리를 냈어도 결과가 크게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한다. 종부세 내는 사람들이 단 한 치도 양보하려 들지 않고, 정부가 막무가내로 이들의 손을 들어준 탓에 지금의 상황이 빚어졌다는 것이다. 그 결과 종부세 논쟁은 상위 2%의 승리로 귀결되었다며 씁쓸해 한다.

저자는 정부가 무리한 경기 부양에 욕심내지 말 것을 거듭 충고한다. 1997년 말의 외환위기는 성장의 엔진이 저속 모드로 바꾸는 과정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데서 불거진 문제였다고 본다. 더 이상의 고속성장이 가능하지 않게 되었는데도 과거의 습관대로 경제를 운영한 대가가 바로 외환위기였다는 것이다. 그래서 외환위기의 진정한 수습은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기 위한 체질 개선이 그 핵심이 되었어야 했다고 말한다. 지금 우리 경제가 중병을 앓고 있는 원인을 그런 맥락에서 바라보며, 정책당국자들이 과거의 실패에서 아무것도 배운 것이 없음을 안타까워한다.

진정한 경제 살리기는 단순히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것 이상의 근본적인 변화를 뜻하기에, 문제의 핵심은 성장의 기반을 착실하게 다지는 데 있으며, 이는 오랜 시간에 걸쳐 꾸준히 노력해야만 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또 자본주의의 진정한 영웅으로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을 든다. 우리나라 상식으로 보면 마이크로소프트사를 대대손손 물려주어 게이츠 가문의 영광을 만천하에 떨쳐야 할, 자신의 머리 하나만으로 그런 큰 사업을 일구었고, 정부의 도움을 하나도 받지 않았으며, 이권을 챙겨 사업을 확장해 온 것도 아닌, 이제 갓 쉰살을 넘긴 빌 게이츠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대서 하는 소리다.

워런 버핏은 또 어떤가. 그는 36조원이나 되는 어마어마한 돈을 자선사업에 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자신이 정직하게 번 돈의 85%를 게이츠재단에 기부하려 하는 것이다.

저자는 이들이 진정한 자본주의의 영웅이라고 본다.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해 돈만 그러모으려는 천박한 수전노는 자본주의의 진정한 주역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대운하와 국제중 설립을 포함한 현정부의 교육정책, 부동산 경기부양 정책에 대해서도 날카로운 비판을 멈추지 않는다. 신문 칼럼 형식의 짧은 글들이라 읽기 쉽고, 생각할 거리를 던져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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