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증 풀어봅시다]남성불임증

입력 2009-06-18 08:54:09

결혼해서 몇 년이 지났는데도 임신이 되지 않으면 여자에게 문제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 아내를 괴롭히다 마침내 비뇨기과를 찾는 남편이 적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결혼 후 성행위에 아무런 문제가 없기 때문에 임신하는데도 지장이 없을 거라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성교 능력과 임신 능력이 같다고 믿는 오해에서 비롯된 잘못된 생각이다.

즉 성교와 임신은 별개의 기전으로 이루어진다는 사실, 다시 말해 고환에서 정자의 형성 능력과 남성호르몬 분비 능력이 별도로 이뤄진다는 사실을 일반인은 잘 모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실제 고환이 작아 정자가 생산되지 않지만 남성호르몬은 분비되기 때문에 섹스를 할 수 있는 불임증 환자가 적지 않다는 사실이다. 이런 남성 불임의 대표적인 예가 '클라인펠터 증후군'으로 다른 말로는 '선천성 염색체 이상성 고환기능 장애'라고 할 수 있다. 남자 1천명 중 1명 꼴로 나타나기 때문에 우리나라에도 수만명 가량의 남성이 이 증후군을 앓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환자는 성염색체가 여성형(47XXY)이고 무정자증이나 비교적 정상에 가까운 남성 성기를 가진 남성이다. 즉 고환이 작아 8㎖ 이하이고, 정자를 만드는 정세관이 위축되어 정자를 생산 못 하나 간질세포는 비교적 풍부하여 남성호르몬을 분비하기 때문에 성생활은 별 지장없이 가능하다. 가끔 여성형 유방이 나타나는 수도 있다. 이들 중에는 간혹 성생활 면에서는 오히려 더 왕성하고, 여성에 관심을 더 갖는 환자가 많다. 그러나 정상인에 비해서 성교 능력이 빨리 감퇴하고, 빨리 늙고, 또 발기부전에 빠지는 비율도 높다. 30대 후반부터는 남성 호르몬을 보충해야할 만큼 남성호르몬 수치도 감소한다.

실제 진료를 해보면 대부분이 불임증이 주증상이고 일부는 우연히 발견되었다. 이들은 고환의 크기가 8㎖ 이하(정상은 15㎖ 이상)인데도 불구하고 본인 자신의 고환이 작다고 느꼈던 환자는 30%밖에 안 되었다. 여기서 우리는 성교육이 제대로 되지 않고, 성지식이 결핍된 현 상황을 알게 된다. 최근에는 남녀 사이가 좀 더 개방적이고 인터넷 등을 통한 성 지식이 증가하여 이런 일이 감소하는 대신 결혼하자마자 남편의 성적 이상을 발견하고 외래를 찾아와 확인을 받으면 즉석 이혼소송을 제기할 정도의 소란한 커플이 생기고 주위가 한동안 떠들썩해진다. 결혼 전에 이러한 사실을 서로 알았으면 불행한 사태를 방지할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 진료 현장이 되곤 한다. 박철희 계명대 동산병원 비뇨기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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