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맛집 가이드북 '부실 차림상'

입력 2009-06-17 09:58:27

주말이면 가족과 함께 전국의 명소를 찾아다닌다는 이모(37·대구 수성구 수성4가)씨는 각 지자체들이 펴낸 맛집 책자를 거의 믿지 않는다. 지자체가 만든 가이드북을 활용해왔지만 추천한 식당 상당수가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씨는 "겉은 번지르르한데 값은 비싸고 맛도 추천할 정도는 아니었다"며 "요즘은 차라리 인터넷에 떠도는 '선배 방문객' 이 남긴 경험담이나 방문기 등을 더 믿는다"고 했다.

대구시가 내·외국인 관광객에게 대구음식을 알리자는 취지로 펴낸 대구 테마별 맛집 가이드북인 '탐味'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12월 발간 이후 6개월 동안 객관성을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일부에서는 '맛'이나 '특색'보다는 '외형' 위주의 음식점들로 채워져 있고 항목별 평가기준이나 현장실사도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시는 '탐味' 제작을 위해 시내 8개 구·군에 지난해 10월 말까지 추천 음식점의 특징, 전화번호, 면적, 주차가능 여부, 영업시간, 가격 등을 조사하도록 하고 테마별로 모두 300곳의 음식점을 추천받았다. 한 구청 공무원은 "시일이 촉박해 새 맛집을 찾거나 직접 음식점을 둘러보지 못했다"며 "결국 예전에 가봤거나 언론에 여러 차례 소개됐던 집으로 추천하는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시도 추천식당 선정을 일사천리로 마무리 지었다. 한차례 심의회의만 열어 구·군이 추천한 음식점과 학계·업계·언론계 등 전문가로 구성된 선정·자문위원들이 추천한 음식점을 놓고 득표가 많은 음식점을 최종 맛집으로 선정했다. 그 후 시는 2천500여만원의 시비를 들여 모두 7천권(국문 5천권, 영어·일어·중국어 번역본 2천권)의 책자를 제작해 정부 주요부처, 유관 기관단체, 관광정보센터, 관광안내소, 여행사, 호텔 및 언론기관 등에 배부했다.

한 음식점 업주는 "소개된 업소 대부분이 규모가 크고 값비싼 집이어서 대구의 명물 음식을 알린다는 취지가 무색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다른 음식점 대표는 "맛이라는 게 굉장히 주관적인데도 새로운 음식점 발굴 노력도 없이 오래전부터 알려진 음식점 위주로 소개하고 있다"며 "더욱이 현장실사나 암행 테스트 등을 거치지 않아 친절 정도나 위생상태 등에 대한 검증이 전혀 없다"고 했다.

음식점 선정에 참여한 한 자문위원은 "맛에 대한 명확한 평가기준이 없다 보니 대부분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선정 작업이 이뤄진 게 사실"이라며 "단 한차례 회의만으로 결정한 것은 사실상 무리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현장실사를 하게 되면 행정기관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을 수 있어 전문가 추천과 민간 심의과정을 통해 선정했다"며 "앞으로 대구를 대표하는 새로운 맛집 찾기와 다양한 의견수렴을 통해 이를 반영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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