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문자를 창제하기 전인 선사시대부터 말의 음(音)과 뜻을 표시하는 기호(記號)로 그림이 등장했다. 선사시대 인류의 수렵생활상을 절벽의 바위 표면에 그림으로 새긴 반구대 암각화(盤龜臺岩刻畵'국보 제285호'울산 소재)가 아마도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문화 유적 중 가장 오래된 그림 문자일 것이다. 그림 문자는 다시 숫자로 발전하고 고대 그리스의 수학자 피타고라스는 숫자가 곧 자연과 인류를 다스린다는 학설을 세우기도 했다. 그는 이 지구상의 자연과 만물의 원리를 수리(數理)에 두고 형이상학과 실재가 수직 관계 또는 비례에 기초를 둔 음악적인 조화로 보았다. 그러기에 자연에는 하모니가 있고 자연의 다양성 속에 통일성과 나름대로의 언어가 있으며 그것의 표현이 곧 그림이요 숫자라고 주장했던 것이다. 어쩌면 고대인들은 그림과 숫자에서 조화에 의한 영혼의 정화(淨化)를 인생의 최대 목적으로 삼고 신비주의를 신봉하며 영혼의 불멸과 윤회를 믿어왔는지도 모른다. 우리나라 고대 고인돌에 새겨진 일곱 개의 별자리 그림은 사람이 죽으면 창조주가 영원한 삶을 누리고 있는 천국 즉, 북두칠성으로 돌아가라는 염원을 기호로 표시한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에도 장례의식에서 망자의 시신을 먼저 칠성판(七星板)에 안치하는 풍습이 전해지고 있다.
고대 중국의 전국시대 학자와 학파를 총칭하는 제자백가(諸子百家)들의 회화(繪畵)사상도 마찬가지. 그들은 학문적 관점에서 그림을 접했고 그림을 통해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고 낮은 단계에서 높은 단계로 가는 것이 세상만물의 생성원리라는 철학과 이론체계를 세울 수 있었다. 고대 중국에서 그림(동양화)이 학문으로 발전한 연유다.
진시황이 천하통일을 이룬 국가경영철학이 형명법술(刑名法術)과 부국강병론(富國强兵論)이라는 것도 역시 한비자(韓非子'BC 280~233)의 그림 이론에서 나왔다. 한비자는 이사(李斯)와 함께 순자(荀子)에게서 배운 사상가로 엄법주의와 초국가주의의 '법가사상'을 설파한 인물. 그러나 그는 선천적으로 말을 더듬는 언어장애로 인해 이 같은 자신의 견해와 학설을 그림이나 글로써 표현할 수밖에 없었고 이를 '한비자'란 제목으로 저술했다. 즉, 군왕은 법을 세움과 동시에 신하에게는 법을 준수하여 공을 세우게 하되 반드시 신상필벌도 따라야 한다는 전제군주제의 정치요체로서 '법치설'을 주창(主唱)하여 진시황의 국가 경영에 큰 영향을 끼쳤다. 2천200여 년 전 말더듬이 사상가이던 그가 그림 문자로 남긴 저서 '한비자'는 총 55편 20권. 호사스런 문방사우가 흔해 빠진 요즘 세태에 다시 한 번 되새겨 보는 고대사의 일면이다.
이미애 수성아트피아 전시기획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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