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화 문학제' 준비 수성문화원 박순복 원장

입력 2009-06-10 10:50:34

"상화 詩 43편에 '희망'을 입혔어요"

"모두가 힘들어 할 때 문화를 통해 희망을 전하고 싶습니다."

대구 수성문화원 박순복(50) 원장은 코 앞으로 다가온 '상화 문학제' 준비에 요즘은 식사도 거르기 일쑤다. 행사장과 축제준비위원들을 만나고, 프로그램을 점검하다보면 하루해는 금세 져버린다. 12일부터 3일간 수성못 수변무대와 수성문화원 아트홀에서 펼쳐지는 '제4회 상화 문학제'는 그만큼 박 원장에게는 애착이 가는 축제다. 수성문화원과 함께 탄생하고 이제는 간판 축제가 된 '상화 문화제'를 기다리는 시민들의 기대도 박 원장을 가만히 있게 내버려 두지 않는다.

"지난해까지만해도 수성구청 이름을 달고 치렀던 축제를 올해부터는 모든 것을 문화원 이름으로 진행하다보니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닙니다. 대구가 낳은 민족시인 이상화를 기리는 축제를 나 편하자고 대충 치를 순 없죠."

학술세미나, 시낭송…. 딱딱하기 쉬운 축제를 올해는 박 원장의 독특한 색깔을 입혀 준비했다. 이상화 시인의 시 43편을 영화 '웰컴투 동막골'의 글씨를 썼던 캘리그라피 작가 박병철 교수가 직접 손글씨로 시를 쓰고 여기에다 지역의 화가, 서예가 등 예술인들이 배경그림을 그린 '배너'를 제작해 수변공원 주변을 감쌌다.

시에 관심이 없는 시민들도 바람에 팔랑팔랑 나부끼는 배너를 보면 이상화 시인의 문학정신을 나눌 수 있을 것이라는 박 원장의 아이디어가 입혀진 것. 문화원 역시 섬세함을 보태 시민들에게 문화의 향기를 전하는 문화창작소로 꾸려갈 생각이다. 구청의 지원금을 받아 운영하고 있지만 그 감각만큼은 여느 이름난 예술단체에 뒤지고 싶지 않다는 포부가 담겨 있다. 앞으로는 지역의 전통문화를 발굴해 이를 시민들에게 알려 수성구의 문화역량을 높이고 싶다는 욕심도 있다. 법이산 봉수대, 성주배씨지려비, 덕산재 등 지역에는 선인들의 삶이 깃든 흔적들이 너무 많지만 발굴되지 않거나 홍보가 안돼 시민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다는 게 너무나 아쉽기 때문이다. 기업인과 예술가들을 잇는 교량이 돼 문화인들에게는 끼를 발산한 기회를 주고, 시민들에게는 문화의 향기를 맡을 수 있도록 힘을 보내고 싶기도 하다.

"일에 쫓기고, 경기침체에 우울한 소식들만 들릴 때 주위에서 들려오는 노래와 그림, 시 한편이 희망을 품을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박 원장은 향기나는 큰 그림을 그려가고 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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