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6월 2일 전국에서 동시에 치러지는 제5회 지방선거가 1년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대구지역 중·동·서·남구는 현역 자치단체장들과 새 인물 간의 대결로 압축되고 있다. 현역 프리미엄과 세대교체론을 각기 들고 나왔지만 그동안 '한나라당 공천=당선'이라는 공식에 맞춰 모두 당심 잡기에 주력하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지난해 총선부터 최근 경주 국회의원 재선거까지 한나라당 공천을 받은 후보가 줄줄이 낙선한 전례에 따라 한나라당과 무소속 후보가 치열한 싸움을 벌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중구
어느 구보다 치열한 공천 쟁탈전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군사정권 시절, 한강 이남의 대표적인 '정치 1번지'이었던 이곳은 야당 인사도 정계에 진출하기도 했지만 요즘은 한나라당 간판만 달면 당선될 정도로 한나라당 색채가 짙다. 이 때문에 윤순영(57·여) 현 구청장이 우세할 전망이란 관측이 많다. 여성특유의 섬세하고 부드러운 친화력을 앞세워 상인들의 반발을 누그러뜨려 동성로의 전봇대를 뽑고 달성읍성 복원 사업 등 사업 추진력도 인정받고 있다는 평이다. 류규하(53) 대구시의회 부의장도 출사표를 던질 전망이다. 2006년 지방선거 때 중구가 한나라당 여성전략공천지구 분위기여서 공천 신청은 하지 않았지만 최근 출마에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류 부의장은 현 중구지역 국회의원인 배영식 의원의 선거 당시 선거총괄본부장을 역임했을 정도로 배 의원과는 나름대로 인맥이 두텁다고 알려져 있어 향후 공천을 거머쥐느냐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김인석(59) 대봉새마을금고 이사장은 누구보다 공천에 대한 열망이 깊고 강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후보시절에 이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상당한 대가가 있지 않겠느냐는 풍문이 나돌기도 했을 정도로 '친MB'계다. 번번이 공천에 탈락해 지방선거에서 2번이나 고배를 마셨지만 무소속으로 출마해 낙마한 후보 가운데 최다 득표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MB지지모임인 MB보름달 전국 회장이다.
송세달 대구시의원은 "하늘의 뜻대로 안 하고 싶다고 안 하는 게 아니고 지금은 이른 감이 있지만 기회가 주어지면 하늘의 뜻에 맡기겠다"고 말해 출마 가능성을 내비쳤다.
◆동구
이재만(51) 현 구청장 외에는 아직 뚜렷하게 거론되는 인사가 없다. 딱히 대항마가 없다는 주위의 얘기가 많다. K-2 이전, 상수원보호구역 해제, 대구기상대 이전 등 30년간 묵은 동구민들의 숙원 사업에 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일부에선 이윤원(65) 대구시의원의 출마 여부를 주시하고 있다. 이 시의원은 35년간 공직생활을 끝내고 2004년 구청장 보궐선거에 나섰으나 공천에 실패해 후보를 사퇴했다. 이어 2006년도 다시 공천 신청을 냈는데 실패했다. 이 의원은 하지만 구정을 잘 안다는 점을 내세워 이번 선거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서구
무소속으로 남아있는 서중현(58) 현 구청장과 한나라당 후보의 경쟁이 예상된다. 한나라당 입장에서는 무주공산(無主空山)인 서구지역 공천권을 확보하기 위해 강성호(43) 전 시의원, 중소기업 CEO 출신인 손창민(43)씨, 서구의원 출신인 박진홍(45)씨 등이 출마 의사를 타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류한국(55) 전 서구 부구청장을 지역 인사로 영입할 가능성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또 현재 선거법 위반 과태료 대납으로 피선거권이 상실된 상태인 윤진(63) 전 서구청장이 8·15 특별사면을 통해 복권될 경우 출마가 유력하다는 말도 있다.
서구는 지난해 6·4 보궐선거 당시 한나라당과 친박연대가 모두 공천을 포기하면서 무려 8명의 후보자가 난립하기도 했던 지역. 그만큼 유력 인사가 없어 '안갯속' 판세를 보인다는 의미다. 현재는 가장 유력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서 구청장이 '현직 프리미엄'을 누릴 것이라는 전망과, 공천권을 쥐고 있는 홍사덕 국회의원의 의중이 선거의 승패를 좌지우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홍 의원 입장에서는 자신의 선거 캠프에서 일했던 강성호, 손창민, 민주당 공천을 반납하면서까지 홍의원을 위해 뛰었던 박진홍 등 어느 누구 하나의 손을 들어주기 힘든 입장이라 막판 진통이 예상된다.
◆남구
차기 남구청장도 한나라당 후보가 차지할 가능성이 있다는게 중론이다. 향후 선거가 본격화할 경우 '텃밭 프리미엄'이 있는 한나라당 후보와 '물갈이론'을 앞세우는 야당·무소속 후보 등 2·3자 대결 구도로 압축될 전망이다.
현재 후보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는 인물들은 임병헌(56) 현 구청장과 박판년(58) 남구의회 의장, 남병직(52) 프린스호텔 대표 등이다. 3명 모두 한나라당 당적이 있기 때문에 내년 선거를 앞두고 한나라당 공천 경쟁부터 뜨겁게 달아오를 가능성이 크다. 임 구청장은 재선 도전이 확실하다. 현역 구청장으로서 인지도가 남들보다 앞서는 만큼 한나라당 재공천 사수에 힘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박 의장은 꾸준히 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으며, 남 대표는 성공한 사업가로서 'CEO형 단체장'을 강점으로 내세워 차별화를 꾀할 수 있다. 김현철(48) 전 남구의원도 거론되고 있다. 김 전 구의원은 지난 지방선거에서도 남구청장에 도전한 바 있다. 시민운동가 출신의 남구 토박이로, 내년 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에 맞서기 위한 선거 전략을 어떻게 세울지 주목된다.
이 밖에도 다수의 인물이 물밑 작업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한나라당 내 역학 관계로 인해 의외의 인물이 나올 수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역대 구청장 가운데 연임한 사람이 이재용(1995년 7월~2002년 4월) 전 구청장 1명뿐이라는 점도 흥미롭다.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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