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인 포커스]이재춘 한국건설교통기술평가원 원장

입력 2009-06-08 06:00:00

국토해양부 산하 한국건설교통기술평가원의 이재춘(57) 원장은 찰스 다윈을 인생의 멘토로 삼는다. 다윈 예찬론자이기도 하다. 지식이란 올바른 우주관(인생관)을 갖도록 하는 것인데 다윈의 진화론, 즉 자연선택론이나 적자생존론 등이 우주가 변해가는 과정을 정확하게 설명하고 있다는 소신이다. 우주 변화에 맞춰 살아가야지 이에 거스르고 고집을 피우면 스트레스가, 고통이, 질병이 따르게 된단다. "저도 변해 가야 하고, 주변도 바뀌어 가야 하고, 그럼으로써 서로 영향을 주고 받고, 그렇게 사는 게 지혜롭게 사는 것"이란다.

대구경북 지역이 어렵게 살고 있는 것도 우주 법칙으로 설명한다. 보수적인 사고에 젖어 변하고 있는 상황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고통이 따르게 된다는 것이다. "변화의 단초를 재빨리 간파하고 적응해 나가야 지역 발전을 앞당길 수 있다"며 "하고 싶은 것이나 잘해왔던 것에 집착하지 말고 (상황 변화에 맞춰) 앞으로 해야만 하는 것을 잘 해야 된다"고 한다.

지역의 주력 업종 중 하나인 건설업만 해도 시공 등 기존에 해왔던 분야에만 매달려서는 발전을 기약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선진국 예를 보더라도 국민소득이 2만달러에 접어들면 SOC 분야는 시공보다는 운영·관리에 치중해야 하고, 지식기반 고부가가치형 기술을 제공해야 한다"며 "기획·설계 분야의 기술력을 제고시키고 핵심 부품 및 자재 개발 등에 집중, 고급 기술의 국산화에 주력해야 한다"는 것.

올 초 한국건설교통기술평가원장으로 취임하고부터는 직원들에게도 기회 있을 때마다 변화를 역설한다. "자기 분야의 전문가가 되려면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해야 하고 이를 주도적으로 이끌려는 적극적인 자세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당부한다.

2002년 설립된 평가원은 건설·교통 분야의 R&D(연구·개발) 사업을 기획·관리·사업화하는 역할을 맡고 있으며, 금년에는 녹색성장과 기후변화대응 및 신성장동력창출 등의 R&D 과제를 중점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이 원장은 "고도 성장을 위해서는 과학기술 분야가 핵심이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게 R&D이기 때문에 원장으로서 큰 보람을 느낀다"며 "평가원이 R&D 프로젝트 매니저의 사관학교가 됨으로써 벤치마킹의 대상이 될 수 있도록 직원들 역량개발에 적극 나서겠다"고 한다.

그 역시 건설교통 분야에 관한 한 탁월한 전문가로 꼽힌다. 1975년 한양대 토목공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후 미국 버클리대학교로 국비 유학, 교통공학 및 경제학에서 석·박사학위를 받는 등 전문가 과정을 밟았다.

또한 대학원 재학 중 기술고시(11회)에 수석 합격, 국립건설연구소 사무관·한강홍수통제소 소장·대전지방국토관리청장 등의 경력을 쌓았으며 2004년 공직을 떠나서는 한국건설경영협회 상근 부회장과 대한교통학회·한국첨단교통학회 이사 등으로 활동해 왔다.

공직 생활 중에는 1990년대 초반 대구 국도유지건설사무소장으로 근무할 때 능력을 인정받아 전국의 사무소장들 중에서 최우수상을 받았을 때가 기억에 남는단다. 특히 칠곡 다부리의 사고 다발 지역에 교통사고 방지를 위해 전력을 쏟았고 그 때문에 관할 경찰서장으로부터 표창장을 받았다고 한다.

이처럼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까지에는 '이산 가족'이 돼야 했던 사연도 있다. 결혼 초 그는 미국으로 유학갔고, 아내는 서울에서 수련의 과정을 밟았으며, 갓난아기는 영덕의 부모님께 맡겨지는 바람에 한 가족 세 사람이 5년간 흩어져 살았다. 어릴 때 대구로 유학해 삼덕초교, 경북중·고를 졸업했다.

서봉대기자 jinyo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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