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의원 연찬회, 갈등의 깊이만 확인했다

입력 2009-06-05 08:47:10

140명의 한나라당 의원들이 4일 경기도 과천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연찬회를 가졌지만 갈등의 골만 더 키운 꼴이 됐다. 여당과 청와대와 따로 논다는 질타가 잇따랐다. 당 지도부 사퇴나 조기 전당대회 개최는 계파 간 대립으로 답을 찾지 못했다. 당내 속병이 아주 깊다는 것을 확인한 자리였다.

발언자 47명은 5시간 가까이 자유발언을 통해 당의 문제를 전면에 부각시켰다. 우선 청와대를 향했다. 김충환, 김학영 의원은 당·청 간의 소통에 대해 "정부의 홍보 기능이 미약하다"고 질타했다. 임동규, 이정현 의원 등은 "대통령의 국정운영 기조가 안 바뀌면 한나라당 지도부가 바뀌어도 민심을 회복할 가능성이 작다. 당·정·청 모두가 쇄신을 위한 정책, 인사 탕평을 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대통령이 박근혜 전 대표와 신뢰를 바탕으로 한 화합을 꾀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 지도부 사퇴, 조기 전대 개최는 계파 간 갈등만 키웠다. 발언자 중 친이 소장파, 중도개혁 성향으로 분류되는 20명의 의원은 박희태 대표 사퇴를 주장했다. 남경필 의원은 "재선 패배의 책임은 당 지도부에 있으니 화합과 소통을 위해 (박 대표가) 용퇴하라"고 주장했다. 윤석용 의원은 "지난 재선의 공천 잘못이 재발하여선 안 된다. 당 지도부가 책임지고 조기 전대를 개최하자"고 했다.

친박계 의원들은 사퇴에 반대했다. "당 지도부의 사퇴 이전에 원인을 분석하는 것이 먼저"라는 것이다. 유정복 의원은 "열린우리당이 참여정부 때 당 지도부를 8번 바꿨지만 선거에서 모두 졌다. 본질을 외면하고 일시적인 국면 전환을 위한 조기 전대는 필요 없다"고 못박았다. 이성헌 의원은 "국민 중에 누가 전당대회에 관심이 있느냐"고 비판했다.

한 의원은 박근혜 전 대표, 이상득 전 의장, 정몽준 최고위원이 빠진 연찬회에 대해 "주주 없는 주주총회"라고 비판했다.

한편 연찬회에서 북핵문제에 대한 연사로 초빙된 송대성 세종연구소 소장이 노 전 대통령 추모객 수가 과장됐고 반정부 세력이 가담한 의혹이 있다고 주장해 소속 의원들이 발언을 저지하고 나서는 등 논란이 일었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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