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재활의료, 첨단의료복합단지의 한축

입력 2009-06-04 06:00:00

정부는 2038년까지 5조6천억원을 들여 99만m² 규모의 첨단의료복합단지 조성을 추진 중이다. 줄기세포나 DNA 연구 등 새로운 기술 발전에 힘입어 인류 사회에 일대 전기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 의료산업을 우리나라에서 산업화 이후의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하는 한편, 이 분야에서 세계적 리더로 부상하기 위한 전략적 사업구상이다. 첨단의료복합단지는 그 경제적 가치도 막대하여 향후 82조원의 부가가치 창출과 38만명에 달하는 고용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렇듯 첨단의료복합단지는 국가적인 의미도 크지만 이 사업을 유치하게 될 지역에 있어서의 의미가 실로 엄청나다. 당장 부지 조성에만 1조 2천억원이 투입되는 등 막대한 중앙 정부의 지원으로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지속적인 고용창출과 연관산업의 유치 등 지역의 성장동력으로 막중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전국 9개 권역의 13개 지방자치단체가 첨단의료복합단지를 유치하기 위해 현재 사활을 건 막판 각축을 벌이고 있다. 우리는 이 시점에서 첨단의료복합단지의 유치에 임하는 대구경북의 자세를 살펴보고, 타 지방에 비하여 두드러지게 내세울 경쟁력 요소가 무엇인지를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현재 각 광역자치단체들이 저마다 다양한 강점을 내세우고는 있으나 어느 지역도 두드러지게 차별화된 경쟁 전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이 점에서 사업의 성공적 유치에 반드시 필요한 요소이기도 하지만, 또한 유치를 한 이후에 사업의 목적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달성하며, 지역 경제와의 시너지 효과를 어떻게 극대화할 것인가라는 미래 구상이 필수적이다.

이미 거의 모든 인프라를 독식하다시피 하고 있는 서울, 경기까지 경쟁에 뛰어든 마당에 의료 서비스이든 신약 개발이든 수도권을 능가하는 경쟁 우위를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눈을 좀 더 넓혀서 현재 우리 지역이 갖고 있는 조건에 초점을 맞추어야 하고, 또 미래에 갖출 수 있는 것을 찾아야 한다. 그러한 점에서 필자가 주목하는 것은 재활의료 분야이다.

왜 재활의료에 주목해야 하는가? 첫째, 장애인구 및 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의 지속적 증가를 들 수 있다. 사고나 질병으로 인한 장애의 절대 수가 증가한다기보다는 요통이나 경견완 증후군과 같이 과거에는 장애로 파악하지 않았거나 대단치 않게 생각하던 장애도 관심의 대상으로 부각되고 있으며, 그에 따라 재활치료의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둘째, 급격한 고령화 현상에 주목해야 한다. 이제까지 재활의료는 주로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것으로 여겨져왔다. 하지만 급속도로 고령화 되어가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노인 인구의 급증은 재활의료의 신세계를 예고하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노인들은 대부분 노령으로 인한 신체 기능의 쇠퇴에서 오는 만성질환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암이나 심장병 등 심각한 성인질환을 앓는 사람을 제외하면 경제적으로나 편의 면에서 이러한 만성질환을 기존의 병원에서 치료하기는 어려우며, 그 대부분은 재활의료의 영역으로 편입되고 있다.

셋째, 정부의 첨단의료복합단지 구상에는 R&D와 메디 투어의 개념이 복합되어 있다. 관광을 다닐 수 있을 정도의 환자라 하면 일반 의료기관을 찾는 사람이기보다는 다소 가벼우면서도 만성적인 질환을 가진 사람들이 주를 이룰 것으로 쉽게 예측할 수 있다. 이미 우리나라의 성형의료가 메디투어의 주요 상품으로 부각되어 있음을 감안할 때, 한방 등을 가미한 재활의료는 세계의 의료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는 우리만의 경쟁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요약하면 재활의료는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기존 의료산업과 달리 이제 막 폭발적인 성장을 눈앞에 둔 새로운 의료산업의 신천지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재활의료 분야에서 대구경북이 과연 타 지역에 비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가? 필자는 자신있게 '그렇다'고 답하고 싶다. 우선 생체계측장치 등을 이용한 노인들의 재택 건강관리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재활의료는 전통 의료에 비해 IT 기술의 접목을 통한 효과를 가장 크게 볼 수 있는 분야이다. 대구경북은 전통적으로 지역 대학의 우수한 IT 인력과 구미전자산업단지를 비롯한 대규모 산업이 결합되어 국내 최고의 IT 수준을 자랑하고 있다. u-Healthcare와 같이 IT를 이용한 재활의료의 가능성을 가장 효과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인프라가 갖추어져 있는 것이다.

또한 국내 유일의 재활과학대학, 점자도서관이 상징하듯이 대구경북은 국내 어느 지역보다 먼저 장애인 복지 분야에 발을 내딛었고, 이 지역에서 배출된 수많은 사회활동가들이 전국에서 일하고 있다. 그 결과 현재 우리 지역은 장애인 복지와 재활의 메카라 불릴 정도의 전통과 저력을 가지고 있으며, 우수한 재활의료 및 공학의 기반도 갖추고 있다.

이러한 기반과 저력을 바탕으로 재활의료가 지닌 폭발적인 가능성에 도전한다면 첨단의료복합단지의 유치는 물론, 세계 최고수준의 의료산업국가가 먼 꿈이 아닐 것이다.

이 용 두 (대구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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