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아 솔아, 붉은 솔아~ 이상고온·가뭄에 고사

입력 2009-06-01 09:32:34

▲ 소나무들이 말라 죽고 있다. 31일 오후 대구 북구 연경동 부근 야산 전체가 고사한 소나무들로 벌겋게 변해가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 소나무들이 말라 죽고 있다. 31일 오후 대구 북구 연경동 부근 야산 전체가 고사한 소나무들로 벌겋게 변해가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5월 30일 앞산순환도로를 운전하던 김모씨는 울긋불긋한 산을 보고 '벌써 가을이 왔나?'라며 의아해 했다. 하지만 김씨가 본 풍경은 가을 단풍이 아니었다. 잎이 누렇거나 붉게 변한 소나무들이 마치 단풍처럼 보였을 뿐이다.

이날 그가 돌아본 앞산 곳곳에는 이파리부터 가지와 줄기까지 말라버린 나무가 수두룩했다. 두드리면 '퉁퉁' 소리가 날 정도로 물기가 전혀 없었다. 짙은 초록색을 띠어야 할 소나무 잎이 황갈색으로 변하고, 나뭇가지는 만지면 그대로 '툭' 부러졌다.

◆곳곳에서 말라죽는 소나무=대구 북구 연경동 팔공산 인근 산도 마찬가지였다. 말라 죽은 소나무로 산 전체가 온통 벌겋게 변해 있었다. 북구 국우동 일대와 대구스타디움 뒤편 야산에도 마른 소나무들이 쉽게 눈에 띈다.

사계절 푸르고 생명력이 강하다는 소나무들이 대거 말라죽고 있다. 더운 날씨와 가뭄이란 이중고에 목마름이 심해졌기 때문이다. 팔공산, 앞산 등 대구의 주요 산은 물론이며 동네 야산까지 소나무가 고사(枯死)하고 있다. 숲 가장자리나 능선, 암반이 있거나 경사가 급한 곳일수록 소나무 고사가 심각했다. 시민 이수정(31·여)씨는 "주변 경관이 좋아 자주 금호강 둔치를 찾는데 주변 야산이 온통 울긋불긋하다"며 "한창 푸르러야 할 소나무들이 말라죽어 안타깝다"고 했다.

대구시는 소나무 고사목 면적을 1.5ha 정도로 파악하고 있다. 이는 전체 대구지역 임산면적(4천900ha)의 0.03%밖에 안 되지만 지난해 가을부터 시작된 가뭄과 이상고온 현상으로 피해면적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게다가 고온건조한 날씨로 피목가지 마름병 등 바이러스 활동이 왕성해지고 소나무 면역력은 약해져 집단 감염까지 우려되고 있는 실정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소나무 고사의 원인을 찾기 위해 올 들어서만 50여차례 전문기관에 조사를 의뢰했지만, 소나무 에이즈로 불리는 재선충은 아직 발견되지 않고 있다"며 "이상기온과 가뭄에 소나무들이 수분 스트레스를 받아 생육에 지장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온난화로 식생조건이 바뀌었다=소나무 고사의 가장 큰 원인에 대해 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식물의 식생조건이 변하고 있는데다, 올해는 특히 겨울철 이상고온과 가뭄이 겹친 탓이라고 진단했다.

경북대 홍성천 명예교수(임학과)는 "겨울철 날씨가 따뜻해 소나무의 증산작용(물이 기체상태로 식물체 밖으로 빠져나가는 작용)이 활발하게 이뤄진 반면 땅속 수분은 모자라 물을 제때 흡수하지 못해 잎부터 점차 말라가는 현상이 빚어졌다"며 "바람이 많고 수분이 부족하기 쉬운 능선과 바위 지대에 있는 소나무의 피해가 많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시는 소나무의 간격을 넓혀주는 숲가꾸기사업을 통해 생육을 돕기로 했다. 대구시 이우순 공원녹지과장은 "지구온난화로 이상기온이 잦아 앞으로도 소나무 고사가 계속 반복될 수 있는 만큼 이달부터 임목 밀도를 낮춰주는 숲가꾸기사업을 본격적으로 벌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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