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유심히 살펴야 할 어린이 질환

입력 2009-06-01 06:00:00

(4)어린이 흉터

자녀의 얼굴이나 몸에 흉터가 생기면 이만저만 속상한 게 아니다. 화상은 물론 넘어지거나 부딪혀 찢어지고 손톱에 긁혀 상처라도 나면 흉터가 생기지 않을까 속을 끓이기 일쑤다. 문제는 상처를 입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하는 부모가 많다는 것. 상처가 났을 때 응급 처지나 관리 요령도 모르고 상처의 회복 과정, 흉터 예방 방법 등에 대해 무지해 늘 흉터 불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상처에 제대로 대처하고 흉터를 예방할 수 있을까.

◆상처 시 응급처지 요령

상처가 생기면 가장 먼저 깨끗한 물로 씻는 것이 중요하다. 샤워기를 이용해 상처에 묻어 있는 이물질이나 죽은 조직 등을 씻어내야 한다. 화상을 입었을 땐 차가운 물, 다른 상처에는 미지근한 물이 좋다. 씻은 후에는 고운 면수건 등으로 상처 부위를 훔쳐 닦지 말고 꾹꾹 눌러 물기를 닦아내야 한다. 또 가벼운 2도 화상으로 생긴 물집은 터뜨리지 말고 그냥 두는 게 좋다. 일부러 물집을 벗기면 매일 드레싱을 갈아줘야 하는 등 오히려 불편해질 뿐 회복에도 크게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화상이 심하지 않으면 물집 가장자리를 조금 째 물만 빼고 치료 없이 그대로 두면 된다.

◆상처 대처법

상처를 보호하고 새 상피가 잘 돋아나게 하기 위해선 촉촉한 습윤 환경을 유지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항생제 연고나 각종 드레싱 제품들을 많이 사용하는데 대표적인 것이 얇은 스펀지같이 생긴 폼(foam) 드레싱이다. 이를 상처 부위에 대고 반창고로 붙이면 되는데 약국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다. 하루나 이틀 정도 간격으로 갈아주면 되지만 진물이 많이 날 땐 오히려 상처가 짓무를 수 있기 때문에 하루 두 번씩 갈아주는 게 좋다. 스펀지가 축축해지면 교체하면 된다.

◆상처가 낫는 과정

드레싱 치료 시작 후 2, 3일이 지나면 상처가 오히려 붓고 주위까지 벌겋게 되며 통증도 생겨 상처가 곪아가는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상처 치유의 핵심적이고 정상적인 염증 과정이다. 4, 5일 정도 지나면 서서히 부기가 가라앉고 상처 가장자리에서부터 새 표피가 자라나오는데 이 과정이 상피화 과정이다. 다음은 증식 단계로 5, 7일 정도에 시작해 2, 3주간 지속되는데 육아조직(붉은 살)이라는 새로운 살이 상처에 채워진다. 이후는 성숙 단계로 1년간 지속된다.

◆심한 상처의 흉터 치유 단계

찰과상이나 2도 화상으로 표피와 진피 일부분이 벗겨지거나 죽은 경우 10일~2주 정도 지나면 상피로 완전히 덮이게 돼 흉터가 크게 남지 않는다. 그러나 진피의 깊은 부분까지 상처를 입은 경우엔 깊이에 따라 3, 4주 정도 치유기간이 필요하다. 상피로 완전히 덮이는데 3주 이상 걸릴 경우는 처음에는 잘 나은 것처럼 보이지만 흉터가 생길 수도 있다. 한 달쯤 지나 성숙 단계가 진행되면 흉터가 붉게 튀어 오르게 되고 3개월을 정점으로 6개월쯤 되면 흉터가 점점 낮아지고 색깔도 연해진다. 딱딱한 흉터가 부드러워지려면 1년이 지나야 한다.

◆흉터 남지 않게 하려면

상처가 심할 경우엔 정상적인 치료 과정을 거쳐 상처가 나아도 흉터가 남을 수 있다. 상처가 낫는데 2주 이상 시간이 걸린 경우에는 상피로 완전히 덮이고 성숙 단계로 접어드는 15일 정도 이후부터 흉터를 방지하는 연고를 바르거나 실리콘젤 시트로 덮어주고 압박하는 방법으로 흉터가 튀어나오는 것을 다소 막을 수 있다. 새살은 자외선을 받으면 검게 변하기 때문에 반드시 자외선 차단 크림을 2시간 간격으로 발라야 한다.

◆어릴 때도 흉터 성형수술 해도 되나

치료 노력에도 불구하고 흉터가 생긴 경우는 나이에 상관없이 일단 딱딱한 흉터가 성숙해져 부드러워질 때까지 1년 정도 기다리는 게 좋다. 흉터가 보기 흉해 수술을 하면, 감쪽같이 사라지진 않지만 많이 좋아질 수 있기 때문에 신생아가 아니면 어릴 때 흉터 수술을 하는 것도 괜찮다. 특히 흉터가 눈이나 코 주변, 또는 관절 부위에 생겨 성장하면서 이들 부위 구조물에 변형이 오거나 보기 흉한 등 신체 변화가 생길 수 있고 자칫 성격 발달에도 지장을 줄 수 있다고 판단되면 나이에 관계없이 수술하는 것이 좋다. 흉터 수술의 경우 어린이나 어른이나 수술 결과에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성장에 따른 신체 변화가 우려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어릴 때 수술하는 것보다 기다렸다가 성장 과정이 끝난 뒤 수술하는 것이 무난하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도움말·손대구 계명대 동산병원 성형외과 교수

※어린이 상처, 병원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상처가 깊으면 집에서 가장 가까운 병원으로 빨리 옮겨 응급조치를 하고, 필요에 따라 큰 병원으로 이송하는 게 좋다. 그러나 문제는 상처 정도가 애매한 경우다. 넘어지거나 부딪혀 이마나 눈썹, 광대뼈 부위 등이 찢어지거나 손, 무릎 등에 찰과상을 입거나 또는 가벼운 화상을 입었을 땐 병원에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망설여진다. 찢어져 출혈이 제법 많을 땐 진피 이상에 손상을 입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병원에 가서 봉합하는 것이 빨리 낫고 흉터 예방에도 좋다. 출혈이 심한 경우에는 우선 지혈부터 해야 하는데 집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지혈법은 압박이다. 피가 나는 부위에 깨끗한 면수건 등을 얹고 손이나 압박붕대로 압박해 혈액순환에 방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압박하면 된다. 또 찢어진 상처엔 반드시 이물질이 묻어있고 죽은 조직이 섞여 있기 때문에 생리식염수나 깨끗한 물로 씻어내야 하는데, 물살이 센 샤워기를 사용하는 게 좋다. 상처가 깊어 물로 씻을 때 통증이 심할 경우엔 병원에 가서 부분 마취를 한 뒤 생리식염수로 씻어내는 것도 한 방법이다. 깊지 않은 찰과상은 잘 씻어내고 폼 드레싱을 붙여주면 보통 일주일 내에 낫지만 시간이 지나도 낫지 않고 진물이 많이 나면 병원을 찾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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