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병휘의 교열 斷想] 단출한 식구

입력 2009-06-01 06:00:00

"동생 강희(가명'26'여)는 다음 달 결혼을 앞두고 있습니다. 꼼짝달싹할 수 없는 언니를 감당하느라 제대로 된 일자리는커녕 새벽까지 식당일만 해 왔던 착한 동생이 드디어 행복한 삶을 찾아가게 된 것입니다. 번 돈은 언니의 병원비로 고스란히 써버리고 웨딩촬영이나 신혼여행을 갈 돈조차 없어 단출하게 식만 올리기로 했답니다. 동생에게 늘 짐만 되는 못난 언니로 사는 현실이 요즘처럼 괴로웠던 적은 없는 것 같습니다. 결혼식에 참석하는 일조차 죄스러워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스럽습니다. 괜스레 시댁 식구들에게 눈총이나 받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 때문입니다. 저는 15세 무렵부터 시름시름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매일신문에 매주 수요일 게재하는 '이웃사랑' 5월 13일자 다발성경화증을 앓고 있는 김송희(가명'29) 씨 사연 중 일부이다. 인용한 글 안에 나오는 '단출하게'와 '괜스레'를 '단촐하게'와 '괜시리'로 표기하면 잘못이다.

'단출하다'는 식구나 구성원이 많지 않아서 홀가분하다, 일이나 옷차림이 간편하다는 뜻이며 이를 '단촐하다'로 쓰며 '단출하다'의 작은말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 "권오을 전 의원은 수행원 없이 부인 배영숙 씨와 단출하게 대학 내 22평(73㎡)짜리 숙소에서 지내며 자전거로 30분 거리인 연구소까지 출퇴근하느라 체중이 적당히 줄었고 얼굴은 검게 그을렸다." "이번 출장은 며칠 되지 않아 세면도구만 들고 단출하게 떠나기로 했다."로 쓰인다.

'괜시리'라고 잘못 사용하고 있는 '괜스레'는 괜스럽다의 부사형으로 "모르는 체하고 더 엿들을 것을 괜스레 겁을 먹고 도망쳐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낙엽이 질 때면 괜스레 가슴이 울렁거린다."로 활용한다.

본지 '이웃사랑'은 2002년 11월 '아름답게 함께 살기'라는 이름으로 시작하여 올해로 7년을 맞고 있다. 사연과 함께 성금 접수 전달 현황을 함께 게재하고 있는 '이웃사랑'에는 매주 100여명의 독자들이 1천만 원이 넘는 성금을 보내오는 등 열띤 성원이 이어지고 있다. 2008년 한 해 동안 5억 7천여만 원의 성금이 접수됐다. 성금 기탁자는 고정적으로 후원하는 분들을 비롯하여 사연을 읽고 개별적으로 보내오는 독자 등 계속해서 늘어나는 추세다. 그럼으로써 이 코너는 타 언론사는 물론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고 있다.

바쁘게 돌아가는 현대 사회는 앞만 보게 한다. 어쩔 수 없이 우리 역시 앞만 보며 살고 있다. 눈 뜨면 당연한 듯 새날을 맞고 어제와 다를 바 없는 하루를 지낸다. 반복되는 삶 속에서 살아갈 수 있는 이유와 힘은 사랑뿐이다. 더불어 사는 이와 주고받는 애정이 없으면 세상은 금세 사막이 돼 버린다. 이번 한 주는 나보다 어려운 주변을 둘러보며 사랑을 나누는 여유를 한번쯤 가져보면 어떨까요.

교정부장 sbh12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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