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요셉 아버지학교' 18일까지 접수

입력 2009-06-01 06:00:00

우리 시대 제대로 된 '아버지 자리' 찾자

농경사회의 아버지는 농사의 모든 것을 알던 전문가였고, 권위는 절대적이었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면서 자리는 흔들리고 있다. 힘들게 살아가는 아버지를 알아주는 사람은 없다. 자녀와의 대화는 끊어진 지 오래고, 아내와는 데면데면한 사이가 돼 버렸다. 그래서 외롭다. 자신의 아버지를 떠올리며 가정에서 큰 소리를 쳤다가는 오히려 이상한 사람 취급받기 십상이다. 곁눈질 한 번 하지 않고 열심히 살아온 잘못 밖에 없지만 어느 새 아버지는 가정에서 소외당하고 있다. 우리 시대 아버지의 자리는 어디일까?

천주교대구대교구의 '성요셉 아버지학교'는 이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6주간의 프로그램을 통해 아버지가 변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지난해 시작한 이래 벌써 400여명이 아버지학교를 거쳐갔다. 처음 왔을 때만 해도 "왜 내가 바뀌어야 하느냐? 나만 참으라는 말이냐?"며 화를 내던 아버지들은 6주차에 가족과 함께 하는 감사 축제를 마친 뒤 "가정의 소중함을 새삼 깨달았다. 세상을 살아가는 이유가 바로 가족에게 있음을 느끼게 됐다"며 입을 모았다. 첫 주 교육에서 아버지들은 자신의 아버지에게 편지를 쓴다. 성요셉 아버지학교 담당 권오관(득인베드로) 신부는 "자신의 아버지에게 받았던 상처를 용서하고, 자신이 변화하는 출발점"이라며 "그토록 싫어했던 아버지의 모습을 자신이 고스란히 자녀에게 보여주고 있으며, 자녀가 이런 모습을 그대로 따라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고 말했다.

6주간 아버지들은 학교 숙제를 해야 한다. 안아주기, 아내와 자녀 칭찬·격려하기, 잠 잘 때 축복기도하기 등이다. 아울러 매주차 다양한 숙제를 하게 된다. 2주차에는 아내가 사랑스러운 점 30가지를 쓰는 숙제를 해야 하고, 3주차에는 아내에게 데이트 신청도 해야 한다. 6주간의 교육을 마칠 때 쯤이면, 아버지는 가족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새삼 알게 되고 가족에게 자신이, 또 자신에게 가족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알게 된다. 부모가 답을 정해놓고 자녀를 대하기 때문에 갈등이 빚어진다는 것도 알게 된다.

천주교대구대교구는 18일까지 '제10기 성요셉 아버지학교' 참가 신청을 받는다. 지난해 5차례 학교를 연데 이어 올해 7차례로 늘릴 계획이다. 아버지학교를 운영하는 전국 10개 교구 중에 가장 활발하다. 종교에 관계없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교육은 대구대교구청에서 매주 토요일 3시부터 10시까지 진행되며, 6주차에는 가족과 함께 하는 1박2일 감사축제가 열린다. 053)639-2046.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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