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을 '우리'로…다문화가정 3인 '희망 수다'

입력 2009-05-29 06:00:00

[그녀들은 행복할까] ⑤.끝-이주여성

▲ 외국에서 한국에 시집온 여성들은 한국의 문화와 그들의 문화와의 조화를 이루는것도 아주 중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사진은 자신의 나라 민속 전통의상을 입고 즐거워하는 이주여성들.
▲ 외국에서 한국에 시집온 여성들은 한국의 문화와 그들의 문화와의 조화를 이루는것도 아주 중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사진은 자신의 나라 민속 전통의상을 입고 즐거워하는 이주여성들.
▲ 다문화 가족이 자신의 일상을 직접 촬영해 독립영화를 만들기도했다. 사진은 직접 영화를 촬영하고 감독한 다문화 가정의 부부들.
▲ 다문화 가족이 자신의 일상을 직접 촬영해 독립영화를 만들기도했다. 사진은 직접 영화를 촬영하고 감독한 다문화 가정의 부부들.

'한국'이라는 나라와 '한국 남자'를 태산같이 믿고 먼 나라서 시집 온 그녀들. 그들은 서투른 한국말과 낯선 음식과 다른 문화에 힘들어 하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희망을 가지며 살고 있다고 했다. 자신과 대화조차 하지 않으려는 한국 남편 때문에 그들은 눈물을 흘렸고, 자라나는 아이를 위해서는 씩씩하게 살아갈 것이라며 웃음을 보였다. 한국인의 관심과 사랑에 따라 삶의 모습이 확연히 달라지는 그들을 보면서 다문화 가정을 대하는 우리의 시선을 생각해 봤다. 중국에서, 캄보디아에서 한국으로 시집 온 이주 여성 3명을 만났다.

-이럴 때 한국에 온것이 행복하다.

▶행복랭(캄보디아·30·결혼 3년차)=남편이 잘해주고 시집 식구들이 잘해 줄 때는 너무 행복하다. 특히 광주에 사는 시누이가 틈틈이 전화해서 어떻게 지내느냐, 무엇이 필요한가를 물을 때면 자신을 시집식구로 인정해 주는 것 같아 뿌듯하다. 특히 성주에 있는 시부모집에서 가족 모두가 모일 때면 정말 한국인이 된 것 같다.

▶방구이매(중국·33·결혼 6년차)=교회와 복지관에서 한국인에게 중국어를 가르칠 때가 제일 즐겁다. 한국인에게 내가 가진 무엇인가를 베풀 수 있다는 것이 아주 기분 좋다. 가르치는 과정에서 한국어도 늘고 다양한 한국사람을 만날 수 있어 숨통이 트인다.

▶이엔지만(중국·29·결혼 4년차)=한국이 참 신기하고 재미있다. 영주에 살 때 여성회관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음식과 전통 예절을 익힐 때 정말 재미있었다. 2년전 아이를 낳았을 때는 시에서 도우미를 보내주어 산후조리까지 할 수 있었다. 또 어린이집 학비도 지원을 받는다. 한국은 다문화 가정에 대한 지원이 잘 돼 있어 좋다. 그리고 힘들 때 주변에서 많이 도와준다. 최근에는 친정 엄마를 대신하는 양어머니가 생겨 위로를 받고 힘을 얻는다.

-이러면 정말 슬프다.

▶방=남편과 시집 식구들이 자신을 믿지 못할 때 정말 힘들다. 무조건 '내가 알아서 한다' '하지 마라' ' 그만해'라는 말을 들을 때면 가슴이 아프다. 특히 한국말이 서툴러 아이에게 한국말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해 아이도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할 때 가장 슬프다. 한국말을 가르치는 곳이나 이주 여성을 위한 한국의 각종 제도 정도는 남편이 알려 주었으면 한다.

▶이엔=시집 식구들이 자신을 며느리로 인정하지 않을 때 가장 가슴이 아프다. 중국에서 지금 남편과 근무하면서 알게 돼 결혼하려 하자 시집 식구들의 반대가 많았다. 아이를 낳은 지금도 시집 식구들은 나를 여전히 가족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친정 부모도 없는 한국 땅에서 시집 식구들이 사랑을 해주면 정말 힘이 될 것 같다. 사랑도 주고 사랑받고 싶다.

▶행복=남편 얼굴도 모르고 시집왔다. 작은 사진 하나만 보고 한국 땅에 왔다. 모두들 사랑해 주어서 어려움은 없지만 문화의 차이가 크다. 음식이 다르고 예절이 달라 힘들다. 한국 음식을 잘 먹지 못해 나를 위해 별도로 캄보디아 음식을 만들어 먹는다.

▶방=중국 제품은 무조건 '싸구려'로 생각하는 것은 듣기에 거북하다. 무엇이 고장나면 '역시 중국 제품은 달라' 라는 말은 듣기 싫다. '중국에도 자가용이 그렇게 많느냐'며 물을 때면 은근히 화가 나기도한다. 중국도 경제적으로 부유해졌다.

▶이엔=한국 물가가 너무 올라 힘들다. 물가는 오르는 데 왜 남편의 월급은 오르지 않는지 모르겠다. 생활비가 적어 생활하기 힘들다. 한국은 부자 나라라고 생각했는데 살아보니 물건 값이 너무 비싸다.

- 아이들이 걱정스럽다.

▶행복=아이가 자라서 엄마가 외국인이라고 놀림 받을까 걱정이 된다. 그래서 아이를 하나 더 낳을지 고민하고 있다. 아이가 학교다니면서 따돌림 당하거나 엄마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을까 걱정이다. 다문화 가족에 대한 잘못된 생각과 눈길이 빨리 좋아졌으면 한다.

▶방=아빠 육아방법과 엄마 육아방법이 달라 아이가 혼란스러워한다. 서로 의논하고 소통이 되었으면 한다. 부부 사이가 좋지 않으면 아이의 성격도 삐뚤어지기 쉽다. 한국말도 중국말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하는 것이 가장 안타깝다. 혼자 독학한 한국말이라 발음이 정확하지 않고 이런 발음을 듣고 자란 아이도 한국말을 제대로 못한다. 중국말을 가르치고 싶어도 아빠가 싫어하기 때문에 가르치지 못한다.

▶이엔=아이를 위해서도 한국이 좀더 다문화 가족에게 따뜻한 눈길을 보내주었으면 한다.

- 서로 다를 땐 이렇게 해결한다.

▶이엔=한국과 중국 문화를 절충하고있다. 중국에서는 저녁밥은 거의 남자들이 한다. 그리고 주말이면 여자들은 쉰다. 중국 문화와 한국 문화를 반반 섞어 주말이면 남편이 부엌에서 밥을 한다. 이 시간에 한국어 공부도 하고 한국 문화를 배운다.

▶방=한국 음식은 만들기가 어렵다. 요리책을 사서 음식을 만드는데 밥 하나만 해도 방법이 많이 다르다. 중국은 쌀을 씻어 바로 밥을 하는데 한국은 물에 불린 후 밥을 한다. 그런데 얼마나 불려야 하는지 알 수 없다. 남편이 밥 늦다고 짜증을 낼 때는 당황스럽다. 자세히 가르쳐 달라고 해보는데 생각처럼 잘 되지 않는다. 힘들 때면 나와 같은 형편의 이주 여성들을 만나 이야기하면서 달랜다.

▶행복=음식이 가장 문제다. 맵고 짠 한국 음식을 먹지 못한다. 직접 재료를 구해서 혼자 해먹는다. 입맛을 바꾸기가 쉽지않다. 어떤 집에는 아이들이 캄보디아 향신료가 집안에 풍긴다고 싫어해 잘 해먹지도 못한다고 한다.

-이게 소원이다.

▶이엔=한국 국적을 취득하는 일이다. 남편의 동의가 있어야 하는 일인데다 절차도 까다롭다. 빨리 한국 국적을 취득해 중국어 선생님이 되고 싶다. 그리고 공부를 하고 싶다. 중국에서 전문대학교를 나왔는데 한국에서 계속 공부할 방법이 없는지를 알고 싶다.

▶방=한국인들에게 중국어를 가르치면서 재미와 보람을 느끼고 있다. 남편의 이해를 얻어 한국인과 많이 어울리고 싶다. 그리고 남편이 믿고 사랑해 주었으면 한다. 한국에서 교회나 주변에서 많이 도와주어서 한국어 발음이 많이 교정되고 있다. 정확한 한국어를 배워 아이에게 가르치고 싶다.

▶행복=돈을 많이 벌어 안정된 생활을 하고 싶다.

세 명의 여성들은 이제 막 시작하는 이주 여성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힘들고 낯설지만 결코 포기 하지 말라'고 했다. 자신을 비관하지 말고 현재의 상황에 만족하며 열심히 노력하기 바란다고 했다. 그리고 꿈을 버리지 말것을 당부했다.김순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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