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일의 대학과 책]존재의 이유

입력 2009-05-27 06:00:00

제프리 재슬로/심은우 옮김, '마지막 강의'(살림, 2008)

'마지막 강의'는 카네기멜론대학에 재직하다 2008년 7월 25일 췌장암으로 운명하신 랜디 포시 교수님의 이야기입니다. 교수님의 '마지막 강의' 동영상은 전 세계로 퍼져 '랜디 포시 신드롬'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책의 마지막 장인 '마지막 한마디'를 토막토막 옮겨 봅니다.

첫 번째 주제는 '내 아이들을 향한 꿈'입니다. "아이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정말 많은데, 지금 내 아이들은 너무 어리다. 딜런은 이제 막 여섯 살이 되었다. 로건은 세 살이다. 클로이는 겨우 18개월이다. 나는 아이들이 내가 누구이고 내가 어떤 것을 믿어 왔으며 그들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 모든 여정을 알아주었으면 한다. 하지만 그들의 나이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을 것이다. 그리고 내가 얼마나 필사적으로 그들 곁을 떠나고 싶지 않았는지, 그 마음을 알기를 원한다. 재이와 나는 아이들에게 내가 곧 죽을 것임을 알리지 않았다. 우리는 증상이 심해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조언을 받았다. 현재로서는 비록 살 수 있는 날이 몇 달밖에 남지 않았다 하더라도 나는 여전히 건강해 보인다. 그래서 아이들은 내가 그들과 눈이 마주치는 매 순간마다 작별 인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두 번째 주제는 '재이와 나'입니다. "암과 싸우고 있는 모든 가족들이 알고 있듯이, 간병인들은 종종 찬밥 신세가 되고 만다. 환자들은 오직 자기 자신에게만 집중한다. 그들이 모든 관심과 연민의 대상이다. 간병인들은 그들 자신의 고통과 슬픔을 어찌해볼 시간도 없이 힘든 일들을 모두 떠맡게 된다. 나의 아내 재이 역시 암환자를 돌보는 간병인이고 거기에 어린 아이 셋까지 그녀의 몫으로 힘겹게 껴안고 있다. 마지막 강의를 준비하면서 그런 재이를 생각하고 한 가지 결심을 했다. 기회가 된다면 어떻게 해서든 모든 이에게 내가 얼마나 그녀를 사랑하고 고맙게 생각하는지 보여주고 싶었다. 재이의 생일날 나는 초가 하나 꽂힌 커다란 생일 케이크를 무대 뒤 바퀴 달린 테이블 위에 준비해 놓았다. 재이의 친구가 케이크를 밀고 오는 동안 나는 청중들에게 아내의 생일을 함께 축하해줄 것을 부탁했다. 사람들은 박수로 환호하며 노래를 시작했다. "해피 버스데이 투유, 해피 버스데이 투유……." 사람들 대부분 그녀의 이름을 모른다는데 생각이 미친 나는 재빨리 '이름은 재이예요'라고 덧붙였다. "사랑하는 재이의 생일을 축하합니다." 아주 멋진 광경이었다. 자리가 없어 다른 강의실에서 스크린으로 강의를 보고 있던 사람들도 함께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나는 용기를 내어 재이의 얼굴을 보았다. 그녀는 강단 바로 앞좌석에 앉아 있었다. 당황한 재이는 미소를 머금은 채 눈물을 흘렸다. 그 모습이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아름답게 수줍어하고, 넘치도록 기뻐했다…. 내가 떠나고 난 후 홀로 남게 될 재이의 삶을 준비하면서 우리는 서로 상의하고 대화하는 시간을 많이 가졌다. '행운'이라는 단어는 지금 나의 상황과는 좀 어울리지 않겠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버스에 치여 죽지 않았다는 것이 정말 행운처럼 여겨지는 것도 사실이다. 암은 나에게 만약 내 운명이 심장병이나 교통사고였다면 불가능했을, 재이와 중요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을 주었다."

세 번째 주제는 '꿈이 당신을 찾아갈 것이다'입니다. "많은 암 환자들은 그들의 병이 인생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가져왔다고 말한다. 어떤 이들은 자신의 병에 감사한다고까지 말한다. 아직 나는 암에 대해 그런 식의 감사하는 마음은 느끼지 못한다. 그렇긴 해도 죽음에 대한 사전 통고가 있었다는 사실에서는 분명히 고맙게 생각한다. 나에게 가족의 미래를 준비할 시간을 주었고 더불어 카네기멜론으로 돌아가 마지막 강의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어떻게 생각하면 '스스로의 힘으로 현장을 떠날 수 있게' 허락한 셈이었다."경북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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