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볼수 없어 안타깝습니다" 대구경북 조문 행렬

입력 2009-05-25 09:35:43

▲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분향소가 24일 대구 2·28기념공원에 차려져 많은 시민들이 촛불과 피켓을 들고 묵념하고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분향소가 24일 대구 2·28기념공원에 차려져 많은 시민들이 촛불과 피켓을 들고 묵념하고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당신을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촛불이 붉게 타올랐다. 24일 오후 4시부터 대구 중구 동성로 2·28기념공원과 한일극장 앞 두 곳에 분향소가 차려지면서 4천여명의 시민들이 노 전 대통령을 조문했다.

◆대구 분향소는 4곳=인터넷 포털 다음의 대구경북 아고라와 대구 노사모, 평화통일시민연대 등 시민단체, 민주당 대구시당 등이 함께 마련한 2·28기념공원 분향소에서는 오후 4시 합동 묵념과 통일운동 원로인 강창덕 선생의 추도사 낭독이 있은 뒤 시민들의 헌화가 이어졌다. 젊은 학생들부터 자녀의 손을 잡고 나온 30·40대, 백발이 성성한 노부부들까지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안타까워했다. 영정 앞에 한송이 국화꽃을 놓기 위해 100명이 넘는 시민들이 길게 줄을 늘어섰고, 5시간 넘게 줄어들 줄 몰랐다. 흰 국화꽃을 손에 들고 헌화를 기다리던 시민들의 눈시울은 붉어졌고, 일부 시민들은 오열을 하며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두 아들과 함께 분향소를 찾은 이규도(42·수성구 수성동)씨는 "정말 존경하던 분이었는데 너무 아프게 가셔 마음이 좋질 않다"며 "몸은 가셨더라도 그분의 정치철학은 우리의 민주주의 역사 속에 남아 흐를 것"이라고 말했다. 정경욱(29·북구 대현동)씨는 "노 전 대통령께 '정말 고마웠다'고 말하고 싶다"며 "지금 이 자리에 참석한 많은 사람들이 같은 마음일 것"이라고 했다.

옷차림이 애도 분위기에 적절하지 않아 헌화는 못하고 촛불만 밝히고 있다는 이모(17·북구 동변동)양은 "토요일 아침 자습 도중에 소식을 듣고는 귀를 의심했다"며 "2002년 대선이 치러졌던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좋아하고 존경한 분인데 이제 볼 수 없단 사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헌화한 시민들 상당수는 자리를 떠나지 않고 분향소 옆에서 몇시간 동안 촛불을 밝히며 추모했다. 촛불 숫자는 밤이 늦어질수록 늘어나 오후 8시쯤에는 300개로 늘어났다.

25일부터는 분향소 위치가 대구백화점 앞 광장으로 옮겨질 계획이다. 김두형 평화통일시민연대 사무처장은 "23일 밤 늦게 분향소를 차리자는 의견이 모아지면서 급하게 천막을 설치하고 분향소를 마련했다"며 " 25일 오전 10시 대구지역 시민단체들과 각계의 의견을 모아 화요일과 영결식 당일 공식 추모제 계획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 카페 '대구촛불시즌2'(cafe.daum.net/dg-candle2) 회원들은 24일 오후 2시부터 한일극장 앞에 별도의 분향소를 차렸다. 이곳에만 2천여명이 넘는 시민들이 헌화를 하며 고인을 추모했다.

◆사찰에도 애도의 물결=대구 동화사와 경주 불국사, 영천 은해사 등 주요 사찰에도 분향소가 설치돼 수많은 신도들이 노 전 대통령을 애도했다. 동화사는 23일 밤 늦게 스님과 직원등이 총 동원돼 경내 설법전에 사진과 불단을 갖춘 정식 분향소를 설치하고 24일 오전 10시부터 정식으로 분향을 받았다. 25일 오전 10시까지 3천명이 분향소를 다녀갔다.

동화사 관계자는 "접수처에 분향 관련 문의전화가 폭주하고 분향소 방명록도 벌써 4권이 넘어섰다"며 "대부분의 사람들이 눈물을 보이거나 숙연한 분위기에서 노 전 대통령의 넋을 기리고 있다"고 분위기를 설명했다. 동화사는 이날 입장료를 받지 않았다. 조계종은 전국 25곳의 사찰에 분향소를 설치했다.

대구 북구 산격동 민주당 대구시당에 마련된 분향소에도 추모객들의 발길이 멈추지 않고 있다. 현재까지 700여명이 넘는 조문객들이 당사 분향소를 방문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대부분이 혼자보다는 어린이의 손을 잡고 오는 등 가족들이 함께 온 조문객들"이라며 "장례일정을 마칠 때까지 24시간 내내 분향소를 열어 노 전 대통령을 기리는 조문객을 받을 예정"이라 밝혔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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