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절에 올라가는 좁은 돌층계 길,
푸른 등나무에 흰 버선에 또한 검은 지팡이.
저토록 흥겨운데 아는 이 없으니,
청산에 흥겨움이 있지 스님에게 있지 않거늘.
------------서거정의 동사심승(桐寺尋僧)
대한불교조계종 제9교구 본사로 대구시 동구 도학동 팔공산에 있는 동화사의 창건에는 두 가지 설이 있다. 그 중 하나는 동화사 사적비에 실려 있는 기록으로, 493년(신라 소지왕 15년) 극달 화상이 세운 유가사를 832년(흥덕왕 7년)에 심지대사가 재창건할 때 사찰 주변에 오동나무 꽃이 겨울에 만발하여 있어 동화사라 개칭하였다고 한다. 또 다른 하나는 삼국유사의 기록으로 진표 율사로부터 영심 대사에게 전해진 팔간자를 심지대사가 받은 뒤 팔공산에 와서 이를 던져 떨어진 곳에 절을 지으니 이곳이 바로 동화사 첨당 북쪽 우물이 있는 곳이었다는 얘기다. 두 가지 창건설 가운데 신라 흥덕왕 7년 심지대사가 재창건한 시기를 사실상 창건으로 보는 게 일반적인 견해라고 한다. 그 후 여러 차례 중창과 개축을 거쳐 오늘에 이른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동사심승'(桐寺尋僧)으로 표현되지만, 대구읍지에서는 '동화심승'(桐華尋僧)으로 적혀 있다. 서거정 선생 문집인 '사가집' 41권 '김자고고양별서팔경'(金子固高陽別墅八景) 중 제1경인 '동사심승'(東寺尋僧)에서도 볼 수 있듯 '동사심승'이 원래 표현일 것으로 판단된다. 본 팔경 중 제3경에는 대구십경의 제2경에 나오는 '입암조어'(笠巖釣魚)와 유사한 '남지조어'(南池釣魚)도 소개되고 있어 '동사심승'일 가능성이 더욱 크다. 시상을 떠올리는 주요 매체로는 동화사란 절과 돌층계 길, 푸른 등나무, 흰 버선, 검은 지팡이, 스님 등이다. 특히 승구에서 표현한 '푸른 등나무에 흰 버선에 또한 검은 지팡이'에서 연상되는 것은 동화사에 이르는 돌층계 길을 올라가는 스님의 모습을 표현한 것이라고 볼 때, 푸른 등나무라는 표현보다는 차라리 푸른 장삼이 한층 어울릴 듯하다. 즉 '푸른 장삼에 흰 버선에 또한 검은 지팡이'의 모습이 돌층계 길을 오르는 스님의 모습을 시각적으로 잘 표현한 것이라 생각해 본다. 전구에서는 그렇게 돌층계 길을 오르는 스님이 흥겨워 보일 거 같으나, 결구에서 볼 수 있듯이 결국 흥겨움은 청산에 있다고 하면서 자연의 위대함과 아름다움을 극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전영권 대구가톨릭대 지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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