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三星

입력 2009-05-22 10:55:58

삼성그룹 창업주 이병철 회장이 대구에 '三星商會'(삼성상회)를 차린 것은 1938년, 스물여덟 살 때였다. '湖巖自傳'(호암자전)에서 '삼성의 母體(모체)'라고 지칭한 이 점포를 열기 전 그는 우리나라는 물론 중국을 두 달 동안 여행했다. 재출발을 위한 사업을 찾는 이 여행에서 이 회장은 청과물과 건어물, 잡화 등의 무역이 적합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직후 자본금 3만 원에 826㎡(250평) 남짓한 점포를 사서 삼성상회를 차린 것이다.

三星이란 상호가 첫 등장한 게 바로 이 점포였다. '疑人勿用(의인물용) 用人勿疑(용인물의)'란 경영철학이 태동한 곳도 이곳이었다. 사람을 채용할 때는 신중을 기하고 일단 채용했으면 대담하게 일을 맡기는 用人術(용인술)을 이 회장은 여기에서 터득하고 실천한 것이다. 이병철이란 인물을 한국 최초의 재벌이란 입지로 올려놓은 회사도 대구에 본사를 뒀던 '제일모직'이었다.

대구에서 승승장구한 이 회장과 달리 그의 삼남인 이건희 전 삼성 회장과 대구와의 인연은 그다지 순탄하지 못했다. 가장 대표적인 게 삼성상용차다. 유달리 자동차에 애정을 가진 이 전 회장이 의욕적으로 대구 성서에 문을 연 삼성상용차는 끝내 퇴출당하고 말았다. 삼성상용차 파산은 지역 경제에 그늘을 드리웠고, 썰렁하게 방치된 공장은 대구경제 몰락의 상징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삼성전자가 2011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공식 스폰서 기업으로 참여키로 했다. 대구로서는 현안인 공식 스폰서 기업 선정 문제가 해결돼 대회 성공 개최에 탄력을 받게 됐다. 삼성전자로서도 수억 명이 지켜보는 이 대회를 통해 자사 제품을 전 세계에 알리는 기회를 잡게 됐다. 대구와 삼성 모두에 득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대구 시민 상당수는 삼성을 지역에 그 뿌리를 둔 기업으로 여기고 있다. 라이온즈야구단이 아니더라도 삼성에 대한 시민들의 애정은 다른 기업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하다. 그런 삼성이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계기로 대구와 다시 인연을 맺은 것이다. 자연스럽게 삼성이 그룹 발상지인 대구에 다시금 눈을 돌릴 것으로 기대하는 시민들도 많다. 상용차 철수 이후 대구에 별다른 투자를 하지 않은 삼성이 대구 사람들의 애정에 부응하는 행보를 보여주기를 바란다. 首丘初心(수구초심)은 이 시점에서 삼성이 가장 염두에 둬야 할 말이다.

이대현 논설위원 s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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