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대가 묘사한 마을과 도시의 풍경을 보노라면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 속에 등장하는 유럽풍의 도시가 떠오른다. 비슷한 색깔의 지붕들, 테라스와 지붕으로 난 창, 그리고 빼곡한 집들 사이에 마치 섬처럼 들어선 공터와 그것을 이어주는 골목길. 하지만 하야오가 인위적인 따스함을 부여했다면 김영대의 도시 속에는 허무함과 기대감이 공존하고 있다. 저 많은 집들이 낯설어 두렵기도 하지만 숨겨진 골목길을 돌아서면 마치 마음속에 꿈꾸던 도시의 귀퉁이를 발견한 듯 기쁠 것이라는 벅찬 감동도 있다.
맨드라미를 그리는 작가들이 꽤 있지만 김종준의 맨드라미는 추억을 담고 있다. 햇살 따스한 어느 날, 장독대 옆 화단에 눈부시게 피어난 맨드라미 군락. 그 위에 나비까지 내려앉으면 마치 꿈을 꾸는 듯 유년으로 돌아가게 된다. 극과 극은 통한다고 했다. 저토록 밝고 붉은 정열의 춤사위를 보며 문득 서늘한 외로움이 드는 것은 추억이 결코 되풀이될 수 없음을 알기 때문이리라.
박창수가 그린 '짚단'은 작가가 말한 것처럼 편안함과 당혹스러움을 느끼게 한다. 시골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이라면 누구나 짚단에 대한 푸근한 추억을 갖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화폭 속에서 이처럼 명징하게 드러났을 때 주는 느낌은 너무 생경하고 놀랄 지경이다.
이들 3인의 작가전이 아트지앤지에서 27일까지 열린다. 얼핏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세 작가는 따스함과 추억, 아련한 그리움이라는 테두리 속에서 묘한 울림을 갖는다. 이번 전시에서는 왕성한 활동을 펴는 3인의 최근작을 만날 수 있다. 053)426-3080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
野, '피고인 대통령 당선 시 재판 중지' 법 개정 추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