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30년 된 손맛집 즐비
서문시장 유동인구는 상인과 쇼핑객을 포함해 하루 약 3만명. 주문한 지 채 5분이 되지 않아 나오는 국수는 바쁜 상인들과 시장을 찾는 쇼핑객들에게는 햄버거 못지 않은 패스트푸드다.
서문시장은 길거리 어느 골목을 들어서나 먹을거리가 풍성한 곳. 그 중에서도 국수는 가장 흔하게 만날 수 있는 먹을거리다. 크게 형성된 곳은 서문시장 주차빌딩과 4지구 사이, 1지구와 4지구 사이의 먹자골목, 서남빌딩 뒤편 칼국수 명물 골목 등이 있다.
국수가격은 평균 3천원. 하지만 잔치국수 2천원, 칼국수 2천500원 등으로 차별화한 곳도 찾을 수 있다.
서문시장은 유동인구가 워낙 많기도 하지만 오로지 국수를 먹기 위해 찾아오는 마니아들이 형성될 정도로 서문시장의 국수는 유명하다. 최근 국수 가게가 더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서문시장상가연합회 최태경 회장은 "3~5년 전부터 국수를 판매하는 가게가 크게 늘어났다"고 전했다. 지금은 70, 80여 곳으로 추산된다. 갑작스럽게 이렇게 국숫집이 늘어난 데 대해선 할매집 김숙연씨는 "흉년에 먹는 장사가 많아지는 것과 마찬가지 아니겠느냐"면서 경기불황의 한 현상으로 보고 있었다. 국숫집 주인들은 보통 가게 하나당 하루 평균 판매되는 국수의 양이 최소 100여 그릇은 된다고 하니, 산술적으로 서문시장에서 하루에 판매되는 국수는 7천여 그릇이 넘는다는 말이다.
국수 시장에도 트렌드가 있는 걸까. 3년 전부터 서문시장에서 칼국수와 수제비를 함께 섞은 '칼제비'를 주문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칼제비가 정식 메뉴로 등장할 수 있는 것은 주문량이 많은 서문시장 국숫집이기에 가능한 것이다.
서남빌딩 뒤편 칼국수 명물골목에선 20, 30년 된 국숫집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선아'진미'송하'합천할매 등 10곳이 넘는다.
이 골목에선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시원한 칼국수'를 먹을 수 있다. 이른 아침에 최고급 멸치와 다시마 등을 넣어 만든 육수를 차게 식힌 후 면을 따로 삶아 시원하게 낸다. 25년간 장사해온 선아식당 주인 황분희(55)씨는 "시원한 칼국수는 여기서만 맛볼 수 있는 별미"라고 강조했다. 밀가루에 콩가루'계란 등 몇 가지 재료를 추가해 반죽한다. 3시간 이상 숙성과정을 거쳐 반죽을 밀어내 칼국수를 만든다. 황씨는 "자리가 좁아 배달이 반, 식당 손님이 반을 차지한다"고 덧붙였다. 1970년에 문을 열었다는 합천할매국수집은 메뉴 주문 방식이 독특하다. 주문을 할라치면 "건진 거? 뜨신 거? 건져서 뜨시게?"라고 묻는다. 식성대로 주문하면 된다.
이 골목에서 인기를 끌던 왕근이 칼국수는 서문시장에서의 인기를 발판 삼아 몇 년 전 칠곡으로 장소를 옮기기도 했다.
국수 장사도 역시 경기를 탄다. 상인들은 서문시장 국수가 1980년대 가장 호황을 누렸다고 하니, 경제지표와 국수매출은 비례하는 모양이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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