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좋을 때면 부산 태종대 공원에서 수평선 저 멀리로 아련히 보이는 섬이 있는데, 그것이 대마도(對馬島)다. 직선거리로 하면 불과 50㎞밖에 안 되며 대마도에서 후쿠오카까지는 150㎞나 된다. 따라서 대마도는 일본에서보다 우리나라에서 훨씬 더 가까운 곳이다. 그런데 어째서 일본 땅인가?
위지동이전(魏志東夷傳)을 보면, 「대마도는 한국에서 1천여리의 거리에 있는데, 길이가 400여리로 산이 험하고 깊은 숲이 많으며, 도로는 짐승이 다니는 길처럼 좁고 가옥은 100여 채 정도로, 좋은 밭은 하나도 없고 수렵을 하며 자활하고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그런데 정말 가보니 평평한 땅이란 거의 없고 산세가 매우 험하며 바다와 맞닿은 지역은 거의 다 절벽처럼 되어 있었다.
대마도의 정청이라고 하는 「이소하라쵸」(嚴原町)도 2차로밖에 없는 자동차도로가 고작이어서 산촌의 작은 동네 같은 인상을 받았는데, 여기가 대마도 도주인 종(宗)씨의 본거가 있던 곳이다.'아, 그래서 이곳 사람들은 먹을 게 없으니 해적질을 했구먼' 가서 보니 이해가 될 것도 같다.
지금도 대마도 주민의 대부분은 어업과 임업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으며, 일본 전체 국민의 소득수준보다도 낮은 생활을 하고 있다. 내가 30여년 전 그곳에 갔을 때 안내원이 말하기를, "옛날에는 맑은 가을 새벽에 귀를 기울이면 부산에서 닭 우는 소리가 들렸다"고 하는데, 그 말을 믿을 수는 없지만 어쨌든 그만큼 가깝다는 말일 게다. 이렇게 지리적으로 가깝다 보니까, 이곳에는 한국말들이 원음 그대로 많이 남아 있다.
예를 들면, 「초코만」(チョコマン)이란 키가 조그만 사람을 말하며, 「노퍼」(ノッポ)는 키가 높은 사람, 「양반」(兩班)은 그냥 양반, 「바츨」(バチュル)은 밭을 매는 것을 뜻하는데, 주민들은 이런 말들을 그냥 일상생활에 섞어 쓰고 있다. 그리고 대마도를 일본어로는 「쓰시마」(對馬)라고 하는데 이 말도 역시 '두섬'이란 말이 「두섬→두시마→쓰시마」로 변한 것이라고 한다.
고대에 도래인들이 현해탄의 거센 파도와 싸우며 이곳 쓰시마의 이즈하라항에 무사히 도착했을 때, 어머니 품 안처럼 물이 잔잔한 이 항구가 너무 고마워서 붙인 이름이 「어머니」항이었는데, 이 지명에 한자를 붙여 「엄원」(嚴原)이 되었고, 이를 일본어로 읽어 「이소하라」가 된 것이다. 그러고 보니 이 항구는 정말 포구가 폭 싸여 있어서 일년 내내 파도가 일지 않는 어머니 품 같은 그런 안온한 항구다.
경일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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