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數 달인' 대학생 그들의 노하우는?

입력 2009-05-19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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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학의 달인' 신원철군(사진 위)과 '영어의 달인' 김동현씨는 학습 동기를 갖고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와 공부를 연결하는 것이 좋은 성적을 거두는 비결이라고 말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영어 성적만 괜찮았더라도, 수학만 잘했어도 내 인생이 달라졌을 거다."

친구들을 만나 학창 시절을 추억하며 얘기하다 보면 빠지지 않는 단골 레퍼토리다. 교과목 중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영어와 수학. 비중이 큰 만큼 이들 과목에 들어가는 사교육비도 만만찮은 것이 현실이다. 초등학교 고학년만 돼도 대부분 영어, 수학 학원을 다니고 있다. 어떻게 하면 영·수를 잘 할 수 있을까? 수학과 영어에서 '달인'의 경지에 이른 대학생 2명을 만나 그들의 공부법을 들었다. 두 사람의 비결은 하나같이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수학 달인 신원철군, '동기를 갖는 것이 최고'

경북대 기계공학부 1학년 신원철(19)군은 지난달 2월 경북대 기초교육원에서 실시한 수학기초학력 시험에서 만점(100점)을 받았다. 그래서 시험 성적 상위 15위까지 지급하는 'KNU 수학달인장학금'(50만원)도 받았다. 그렇다고 신군이 이 시험에 대비해 수학 공부에 목을 맨 것은 아니었다. 신군은 "일찌감치 수학에 흥미를 갖고 대학 수학교재도 틈틈이 봐둔 것이 도움이 됐다"고 했다.

그는 어릴 적부터 수학에 흥미를 가졌다. "수학 전공을 희망했던 아버지가 일찍부터 수학 공부를 시킨 덕분"이라는 것이 나름의 분석이다. 당연히 집에서 수학 관련 서적을 접할 기회가 많았다. 신군은 "어릴 때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던 터라 틈틈이 수학 책을 보며 문제를 풀었는데, 정말 재미있었다"며 "도서관이나 서점에서도 수학사나 수학이야기 책을 읽게 됐다"고 말했다. 중학교 때 선생님이나 친구들이 '수학을 잘한다'고 칭찬한 것도 자극이 됐다. 신군은 "한 번 '잘한다'는 말을 듣고 나자 '이를 유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더욱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수학 공부가 평탄한 길만 달린 것은 아니었다. 고비는 고등학교 2학년 때 미국으로 교환 학생을 간 후에 닥쳤다. 공학도를 꿈꾸며 미국 대학에 진학하려고 했지만 실패한 뒤였다. 입학 허가서까지 받았지만 비자 발급이 거부돼 부랴부랴 귀국, 대입 준비를 시작해야 했다. 수능 시험을 불과 2, 3개월 앞둔 시점이었다. 문제는 미국의 수학교육 수준이 한국보다 낮아 수학에 손을 놓고 있었다는 점. 한 번 탄력을 놓친 수학 실력은 쉽게 회복되지 않았다. 제일 좋아하고 자신있는 과목이 말썽을 일으킨 것이다. 신군은 "딴 과목은 못 치더라도 수학에 대한 자신감만은 회복하라"는 아버지의 말을 따랐다. 몇 달간 수학을 파고들자 다시 재미를 느꼈다. 고교 교재는 물론 대학교재도 번갈아 가면서 뭐든지 닥치는 대로 공부했다. 그 결과 신군은 장학금을 받을 정도의 좋은 성적으로 입학할 수 있었다.

수학을 잘하는 비법을 묻는 기자에게 "나도 예전에는 영어를 싫어했다. 당연히 공부해도 잘 안 됐다. 그러나 '이 정도밖에 안 된다'보다 '이 정도나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발전의 계기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있을 정도만 하면 된다. 부담감을 가질수록 성적은 잘 오르지 않는 법"이라는 것이 신군의 조언. '동기부여'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주변에서 학습에 동기를 가질 수 있는 사례를 찾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먼저 장래희망을 정해 공부하면 학습에 재미를 붙일 수 있습니다."

◆영어의 달인 김동현씨, '자신감이 먼저'

경북대 법학과를 휴학 중인 김동현(21)씨는 영어를 잘한다. 신입생이던 2007년 11월 '제10회 전국 대학생 영어말하기 경시대회'에서 금상을 차지했다. 그것도 '외국 체류 6개월 미만 대학생만 참가 가능'한 A군에서 이룬 성과였다. 지난 1월에는 미 국무부의 교육문화부와 주한 미국 대사관 주최로 열리는 교환학생 프로그램(Study of the U.S. Institute for Korean Undergraduates Student Leaders)에 참가하기 위해 6주간 시카고대에서 연수도 받았다. 국내 대학생들 가운데 미 대사관과 미 국무부의 인터뷰 등 난이도 높은 테스트를 거쳐 이뤄낸 결과인 만큼 더욱 돋보인다.

미국 본토에서 영어로 연수를 받고 올 만한 실력이지만 김씨가 본격적으로 영어를 시작한 것은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초교 영어교육이 처음 의무화된 1997년, 당시 초교 3학년이던 김씨는 알파벳도 쓸 줄 모르고, 단어 밑에 한글로 발음 써두고 읽어야 할 정도였다. 부모님도 영어 조기교육에는 관심이 없었단다. 그러나 5학년 때 부모에게 학원에 보내달라고 졸랐다. "앞으로 영어를 계속 공부해야 할 것도 같고, 또 무엇보다 영어를 모르니까 속이 상하니 영어학원을 보내 주세요."

원어민 강사가 많지 않던 시절 김씨에게는 학원에서 외국인 강사와 얘기하는 거 자체가 너무나 신기했다. 활달한 성격도 한몫을 했다. 그는 "길을 가다가 만나는 외국인에게 먼저 말 거는 것을 좋아했다"고 말했다. 중·고교 시절에는 당시 열풍이 불었던 미국 드라마 '프렌즈'(Friends)를 보며 살아있는 영어를 익혔다. 그 결과 고교 때 친 토익 시험에서 800점대 후반의 성적을 올리기도 했다.

대학에 진학해서는 모의UN이나 프렌즈십 서클(Friendship Circle·주한미군 가족 교류프로그램) 같은 영어 관련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했다. 학교에서 여름방학 때 지역 어린이들을 위해 여는 'KNU 영어캠프 어드벤처'에 도우미로 참석한 것은 영어말하기 대회에서 큰 도움이 됐다. 한 달 동안 캠프에서 다양한 상황과 프로그램을 영어로 말한 경험 때문이다.

김씨의 영어 공부법을 분석해 보면 결국 '자신감'과 '꾸준함'이다. 그는 "자기가 관심 있는 분야를 영어와 접목해 공부하라"고 조언했다. 예를 들면, 드라마를 좋아하면 영어 드라마를 보면서, 소설을 좋아하면 영어 원서를 읽으며 공부하는 식이다. 김씨는 "미국 드라마를 좋아하는 후배는 같은 내용을 수십번 보고 나니 '이제 자막 없이도 들리더라'고 했다"며 법조인을 꿈꾸는 자신도 "'보스턴 리걸'(Boston Legal)이나 '나는 여검사다'(Close to Home)라는 법정 관련 미국드라마를 자주 보고 있다"고 했다.

끝으로 아주 중요한 조언을 했다. 영어 때문에 스트레스를 주거나 받지 말라는 것이다. 영어를 공부하는 사람은 자신이 못 한다고 해서 스트레스를 안 받아야 한다. "영어를 잘하면 주위에서 좋게 보고 기회가 많이 생기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영어는 하나의 도구일 뿐이지 인생의 목적은 아닙니다. 영어 말고 다른 것도 잘할 수 있습니다." 학부모들에게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다른 공부와 마찬가지로 영어 공부도 스스로 필요성을 느끼면 잘할 수 있게 됩니다. 부모가 자녀에게 영어공부를 강요하며 스트레스를 주어서는 안 됩니다."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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