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한센병

입력 2009-05-18 11:08:21

한센병은 문명의 역사와 함께했다. 세계 4대 문명 발상지인 인도와 이집트, 중국이 근원지로 알려져 있으며, 기원전 6세기경 고대 인도의 의학적 기록이 남아 있다고 한다. 현재 세계적으로 40여만 명(2004년 기준)이 한센병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 그러나 자주 발생하는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등 24개국을 제외하면 인구 1만 명당 한 건 미만이 발생할 정도로 드문 병이다.

국내에는 조선 세종 때인 1451년 제주도에 치료소를 설치한 것으로 보아 15세기 초에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근대에는 1909년 부산을 시작으로 광주와 대구에 나병원이 생겼다. 일제 강점기 때인 1915년에는 전남 소록도에 자혜의원이 설립됐다. 한센병 환자를 강제로 격리 수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때부터 강제 격리가 해제된 1963년까지 약 2만여 명이 감금, 폭행, 낙태 등 비인간적인 고통에 시달렸다.

한센병은 나병균이 원인으로 정확한 감염경로는 알려져 있지 않다. 치료가 불가능했던 과거에는 천형병(天刑病)이라고도 불렸지만 전 세계 인구의 95%가 자연 저항 능력이 있다. 환자라도 약을 복용하면 99.99%가 전염력이 없어 격리가 필요한 질병도 아니다. 그럼에도 이들은 정부의 무관심과 사회의 지독한 편견 속에 힘겨운 삶을 살고 있다. 아직 국내에는 2007년 현재 1만4천684명의 한센병 환자가 있다. 매년 줄고 있지만 새로운 환자도 발생한다. 이들은 소록도병원을 비롯한 전국 6곳의 보호소와 89곳의 정착농원에서 생활하고 있으며 일부는 집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지난 16일 한승수 국무총리가 소록도 병원을 찾았다. 제6회 한센 가족의 날을 맞아 현직 국무총리로는 처음으로 기념식에 공식 참석한 것이다. 한 총리는 "사회적 냉대와 차별, 편견 속에서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어온 한센인과 가족에게 정부를 대표해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라며 사과의 뜻을 전했다. 한 총리를 맞은 환자들은 그나마 응어리가 조금 풀린다고 했다.

한 총리의 이번 방문은 서울에서 4시간 남짓의 거리를 해방 후 65년이나 걸려 힘들게 찾아간 것이다. 뒤늦었으나 정부가 한센특별법을 만들고, 이들의 복리 증진에 힘쓰기로 한 것은 다행이다. 65년의 간극을 메울 수 있는 빠른 후속조치가 있어야 하겠다. 정지화 논설위원 akfmcp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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