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중소기업 모았죠" 박상희 중기포럼 회장

입력 2009-05-18 06:00:00

박상희(58) 중소기업포럼 회장은 기자를 만나자마자 "경제가 심각하다. 실물 위기는 아직 오지도 않았는데 (정부) 대책이 시원찮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그런 그에게서 정치인 냄새는 더 이상 나지 않았다. 그는 16대 국회 민주당 비례대표 의원을 지냈다.

대구상고를 졸업한 박 회장은 중소기업의 애환을 잘 아는 사람이다. 28세에 창업해 30여년간 중소기업을 직접 운영했기 때문이다. 그의 시작은 직원 2명, 자본금 500만원 규모의 철강도매업. 지금은 연매출 2천억원 규모의 ㈜미주의 소유주이다. 국내 엘리베이터 가드레일(국내 유일 생산), 자동차 부품들이 주력 제품이다.

기업을 직접 운영하다 보니 한계를 느꼈다. 특히 중소기업은 지원도 부족하고 대변하는 세력도 약했다. 중소기업 스스로가 자생력을 갖추자고 결성한 단체가 중소기업포럼이다. 중소기업중앙회 등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여러 단체들이 있지만 진심으로 중소기업인 입장에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3년 전 박 회장이 결성을 주도했고, 회원수는 이제 2천500명에 이른다.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해 박 회장은 "구닥다리 대책"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중소기업 여신 규모를 늘리기 위해 총액한도 대출을 확대하고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의 재정 투입 등 정부가 내놓은 안건들은 많지만 그런 것들은 우리 경제가 어려울 때마다 단골로 내놓던 대책"이라고 했다.

경제 회복을 위해 박 회장이 내놓은 묘안은 '시장을 중소기업에 돌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이 물건을 만들면 팔 곳이 있어야 하는데 장사를 할 만한 시장은 모두 대기업이 독식하고 있다"며 "대기업이 중소규모 시장 개척 판로를 막지 못하게 중소기업에 불합리한 제도를 과감하게 뜯어 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18대 민주당을 탈당하고 대구 달서을 지역구에 한나라당 공천을 신청한 바 있는 그는 "국회의원이 되려는 이유도 중소기업을 대변하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그의 정치적 도전은 계속 이어질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주변에선 정치는 뒤로하고 중소기업중앙회장에 재출마하라는 권유가 부쩍 늘고 있다. 중소기업 정책을 잘 알면서도 정치권과 친분이 있는 점을 높이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의원 되기보다 더 어렵다는 중기중앙회장을 최연소, 역대 유일한 연임이라는 기록을 세운 바 있다.

대구에도 공장을 갖고 있는 박 회장은 대구경북이 아이디어만 있으면 새로운 산업화의 주역이 될 수 있다고 했다. "현재 대구의 공장부지 값이 비싸다고 하지만 경기도 평택이 대구와 비슷하거나 더 비싸다. 대구가 근접성이 떨어진다면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약점을 상쇄시켜 기업 유치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박 회장은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건립에 일조한 점을 시도민이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2000년부터 4년간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여당(민주당) 간사를 하면서 당시 한나라당 강재섭, 박근혜 의원과 힘을 합쳐 DGIST 법안 처리에 앞장섰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의 취약점 중 하나가 기술개발력이다. 자금난에 허덕이는 지역 중소기업들로서는 DGIST 같은 국책기관이 R&D를 맡아 준다면 이보다 더 든든한 우군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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