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들이 거리 금연 캠페인 나선 이유는?

입력 2009-05-15 09:02:21

▲ 14일 대구 심인중학교 학생들이 대명동 교정에서 두류공원까지 흡연 및 약물 오남용 금지 가두 캠패인을 벌이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 14일 대구 심인중학교 학생들이 대명동 교정에서 두류공원까지 흡연 및 약물 오남용 금지 가두 캠패인을 벌이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담배 피우는 친구들이요? 불쌍해보이죠. 저보다 일찍 죽을 테니까요."

14일 오전 대구 남구 성당시장 앞 도로에서 이색 풍경이 펼쳐졌다. 취타대의 가락에 맞춰 까까머리 학생과 교사 등 860여명이 줄지어 금연 캠페인을 벌였다. 학생들 손에는 보라, 주황, 파랑 색색의 풍선들이 쥐여져 있었고 '일찍 배운 흡연, 빨리 오는 죽음', '흡연 끝 건강 시작' 등 현수막과 피켓도 보였다. '흡연예방 도우미'라고 적힌 노란색 조끼를 입은 학생들은 "담배를 피우지 맙시다!"라며 목청 높여 외쳤다.

대구 심인중학교 학생들이 '흡연 등 약물 오·남용 예방'을 위해 나선 가두 캠페인이었다. 이들은 학교 운동장에서 성당시장을 거쳐 달서구 두류공원 2·28 기념탑까지 3.3km를 걸으며 흡연과 약물 오·남용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흡연 예방 활동을 펼쳤다. 학생들도 일방적인 주입식 교육보다 직접 거리로 나와 벌이는 금연활동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강우진(16)군은 "기존 금연 교육은 수업식으로 진행돼 지루하고 집중하기 힘들었다"며 "걸어야하니 다리는 아팠지만 금연에 대한 확실한 인식을 하게 됐고,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청소년 흡연에 대해 처벌이나 금연 교육을 해도 큰 효과가 나오지 않자 이처럼 스스로 경각심을 느끼고 담배를 끊게 하는 프로그램이 마련되고 있다.

실제 청소년 흡연율은 심각한 수준이다. 보건복지가족부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청소년 건강행태조사'에 따르면 2007년 말 현재 대구지역 중·고생 청소년 흡연율은 11.5%(전국 평균 13.3%)를 기록했다. 이날 오전 남구보건소에서 심인중학교 학생 300여명을 대상으로 체내 일산화탄소를 측정한 결과, 20여명이 담배를 피운 것으로 나타났다. 남구보건소 관계자는 "청소년기에 흡연을 시작하면 중독기간이 길어져 끊기가 더 어렵고 성인에 비해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도 크다"고 말했다.

문제는 청소년 금연 지도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징계나 처벌로 공포심을 줄 수는 있지만 스스로 담배를 끊도록 만들지는 못한다. 심인중학교 최병수 교감은 "체벌이 사라지면서 요즘 학생들은 교사의 생활지도를 겁내지 않는다"며 "강압적이고 강제적인 학생 지도보다는 직접 느끼며 체험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편이 낫다"고 했다.

대구시교육청은 금연 선도학교를 지난해 초·중·고 10곳에서 올해 32곳으로 늘리는 등 금연 프로그램 확대에 나섰다. 선도학교와 달성군 내 학교를 중심으로 '찾아가는 금연 클리닉'도 펼칠 예정이다.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흡연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며 "향후 선도학교를 더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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