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의 비밀]로스팅과 압력

입력 2009-05-14 12:14:30

커피 로스팅을 하는데 꼭 빠트리고 이야기하는 것 중의 하나가 압력의 변화에 따른 물질의 변화이다.

커피는 열을 받으면서 물리적, 화학적인 변화를 일으킨다.

일반적으로 물리적 변화는 색상의 변화와 함께 부피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그리고 단백질과 탄수화물'카페인'미네랄 등이 열을 받으면서 화학적으로 변화한다.

이러한 화학적인 변화는 로스터(커피 볶는 사람)의 능력으로 다른 방향으로 유도하거나 자신이 원하는 맛을 창조해낸다는 것은 역부족이다. 단순히 로스팅의 강도로 신맛과 쓴맛을 가른다고 보면 된다.

커피 로스터의 커피 볶는 현장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기계 조작이 아직 단순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열을 가하는 가열장치와 온도계, 열량 조절장치와 커피의 실버스킨(은피)을 제거하기 위해 약간의 풍량을 사용한다고 보면 된다.

그러나 물리적인 변화는 가열의 정도에 따라 로스터가 조정할 수 있는 범위 내에 있다. 그래서 커피 선진국인 독일에서 이러한 연구는 1940년부터 시작, 현재까지 로스팅 방식에 따른 커피의 물리적이고 화학적인 변화에 관한 연구를 계속해 오고 있는 것이다. 현재까지 밝혀진 사실은 고속 로스팅이 풍부한 향미와 잡냄새를 제거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발표된 스위스 커피학자의 논문을 봐도 고속 로스팅이 저속 로스팅보다 맛과 향에서 장점이 훨씬 많다는 사실을 알 수 있고, 커피 세포에 미치는 압력의 변화를 도표로 보여 주고 있다.

그러면 커피 팝핑(터질) 때 커피 세포 내부의 압력은 과연 얼마나 될까? 이를 알기 위해 여러 가지 서적을 보고 또 실제 커피를 볶으면서 연구에 연구를 거듭한 결과 의외로 쉬운 곳에서 해답을 찾았다.

강냉이 뻥튀기를 보자. 압력을 가해야 강냉이가 부풀어진다. 열을 가하기 이전에 약간의 물과 강냉이를 넣고 열을 가해 회전 챔버를 돌리면 압력이 일정한 수준에 이를 때 강냉이가 대기압으로 배출될 때 부풀게 되는 현상을 확인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물과 압력의 관계이다. 그래서 순수 물일 경우 화학 핸드북의 스팀테이블에서는 약 5기압에서 부풀게 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커피 세포 내에 있는 물질은 순수 물과 커피 성분이 결합된 것으로 적어도 5기압 이상이 되어야 팝핑이 일어난다.

커피가 과학이 아닌 커피 로스팅이 과학이라는 얘기가 이에 근거한다.

과학적으로 생각하지 않으면 커피 로스팅을 하는 사람을 두고 '신의 경지다' 또는 '특별한 커피지식을 가지고 있다'는 등으로 잘못 생각할 수 있지만 알고 보면 단순한 원리다. 이러한 지식을 알려 주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커피 로스팅을 어렵게 생각해 왔던 것이다.

우리가 이해 못할 현상과 일들은 자연적이고 인공적인 현상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의외로 쉽게 답을 찾을 수 있다. 모든 음식물의 조리가 압력과 관계가 있고 물과 관계가 있다.

이현석(에소커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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