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교단을 떠난 박창주(62)씨는 요즘 하루하루가 즐겁다. 우연히 동네 주민자치센터에 들렀다가 센터에서 운영하는 하모니카 교실에 등록하고부터다. 박씨는 "퇴직 후 3개월이 지나니 딱히 할 일이 없어졌는데 요즘은 하모니카에 푹 빠져 산다"고 말했다. 박정순(42) 주부는 요즘 손이 열 개라도 모자랄 정도로 바쁘다. 서구 상중이동 주민자치센터에서 지난달부터 다문화가족들을 위해 운영하는 '한국어 교실'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 이곳에선 베트남, 캄보디아, 중국, 일본 등 5개국의 결혼이주여성 20여명이 언어, 예절, 요리, 문화 등 다양한 교육을 받고 있다.
주민자치센터가 주민들의 문화생활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꽃꽂이 강좌, 헬스, 댄스 등 취미거리에서부터 환경지킴이, 다문화가정 지원 등 행정의 손길이 닿기 힘든 곳까지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주민자치센터는 1999년 정부가 동사무소 일부 사무를 구청으로 넘기고, 여유공간을 주민을 위한 문화·복지·정보·취미 등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대구에는 현재 175개 주민자치센터가 각 동에 둥지를 틀고, 3천500여명의 주민자치 위원이 활동하고 있다.
대구시 자치행정과 김경숙씨는 "주민자치센터 운영은 이웃돕기, 지역의 각종 대소사 의논 등 주민이 함께 지역공동체를 가꾸어 가는 주민자치 실현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며 "대구에는 연간 100만명의 시민들이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자치센터가 풀어야 할 숙제도 많다. 센터 취지대로라면 주민들이 참여해 각종 프로그램을 짜고 사업을 추진하는 민간 주도형이 돼야 하지만 아직까지 관 주도형이다. 시 관계자는 "주민자치센터가 동마다 자리를 잡은 지가 10년이 다 돼 가지만 사업을 기획하고 주민 참여를 이끌어내는 데 공무원들이 나서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대구시는 14일 오후 2시부터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주민자치위원과 해당 동 자치센터 공무원 등 350여명을 대상으로 '주민자치역량 강화를 위한 세미나'를 열고 우수 프로그램 벤치마킹, 주민 참여 극대화 방안 등에 대해 토론을 벌였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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