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건강 비결]제일한의원 신승열 원장

입력 2009-05-14 08:58:28

잡곡밥에 채소 반찬 10년 "보약 필요 없어요"

제일한의원에는 점심시간마다 소박한 밥상이 펼쳐진다. 상추, 된장, 취나물, 깻잎무침, 김칫국 등 채소 반찬에다 밥은 잡곡밥. 제일한의원 신승열(51) 원장은 10년째 채식을 하고 있다.

"치료를 하다 보면 환자들이 좀 낫는가 싶다가 다시 악화되곤 했어요. 그 원인을 찾아보니 육류에 있었죠. 피가 탁해지고 정상 리듬이 깨지니까요."

질병은 나름의 흐름을 갖고 있어, 계속 흘러가야 끝이 난다. 하지만 육류를 먹으면 그 흐름이 끊겨 병의 끝이 안 난다는 것. 그래서 직접 채식을 체험해 보기로 했다. 신 원장은 궁금한 게 있으면 직접 부딪쳐 봐야 직성이 풀린다. '생식이 좋다'는 주장을 검증해 보기 위해 40일간 생쌀과 생 야채만 먹은 적도 있다. 결론은 '아니다'였지만.

처음엔 고기를 먹지 않는 것으로 채식을 시작했지만 이젠 생선, 우유, 계란은 물론 멸치도 먹지 않는 완전한 채식주의자가 됐다. 채식을 한 후로 피곤함이 덜하고 피로가 빨리 풀려, 환자들에게도 채식을 권한다.

신 원장은 채식을 위해선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채식을 하려면 입맛이 좋아야 해요. 솜씨가 웬만큼 좋지 않고서는 채소 반찬은 맛이 별로 없으니까요. 진짜 식욕이 있는 사람들은 밥이 달고 풀이 향기롭습니다."

입맛을 돋우기 위해 그는 나물반찬의 기본인 된장, 간장, 소금은 최고 맛있는 것들을 사용한다. 소금은 신안에서 간수를 뺀 최고급으로 구입하고 야채도 유명 산지에서 특별 주문한다. '고기를 한 번씩 먹어 줘야 힘이 난다'는 사람들에게 신 원장은 할 말이 많다.

"낚시꾼들이 느끼는 '손맛'은 사실 붕어가 느끼는 죽음에 대한 극도의 공포죠. 모든 육류는 죽음에 대한 공포를 가질 수밖에 없고, 이런 에너지는 몸에 들어오는 순간 인체의 하모니가 깨집니다. 동물성 식품은 먹을수록 식사량이 많아지지만 채식은 먹을수록 식사량이 적어지죠. 쓸데없는 에너지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미국인들의 식사량은 엄청나지 않습니까? 고기 중독에서 벗어나야 해요."

가장 이상적인 음식은 무엇일까. 신 원장은 '곡류'라고 단언한다. 한의학에서 독성 없고 장기적으로 먹어도 되는 것을 최상급 한약재로 치는데, 그 중 최고가 바로 오곡이라는 것. 말 그대로 '밥이 보약'인 것이다. 채식을 고집하는 탓에 신 원장은 집 밖에 나가면 먹을 게 없다. 이 때문에 굳이 외식을 해야 할 경우엔 보리밥집이나 1만원 미만의 고기가 나오지 않는 한정식집을 찾는다.

신 원장의 또 하나의 건강비결은 '감기'. 아이러니하게도 감기를 잘 치르는 것이야말로 건강 비결의 핵심이라고 주장한다. 건강 유지를 위한 인체의 자발적 행위가 감기인 만큼 감기만 잘 하면 만병이 비켜 간다는 것.

"인체는 노폐물을 배설하기 위해 고열이 필요합니다. 기준 체온이 40℃ 정도가 되는데, 고열을 짧고 전격적으로 치러 내야 노폐물이 제대로 빠져나오죠. 그때 해열제를 먹게 되면 열이 떨어졌다가 다시 오르고 반복되는 과정에서 몸이 많이 상하게 됩니다. 그리고 감기를 하는 과정에서 다량의 독소가 발생하기 때문에 단식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감기 걸리면 식욕이 떨어지잖아요? 또 반드시 채식을 해야 노폐물인 가래가 잘 빠져나와 다른 병으로 발전하지 않습니다."

신 원장에 따르면 감기를 '잘' 치러 내는 비법은 '보온, 굶기, 채식'으로 요약된다. 그렇게 하면 우리 몸은 자연 구조조정을 거쳐 불필요한 노폐물은 빼내고 자연스럽게 회복된다. 하지만 해열제나 항생제를 쓰고 고기를 먹게 되면 그 흐름을 막아서 더 큰 병으로 발전한다는 것.

신 원장 역시 일 년에 한 차례 정도 감기를 앓는다. 감기가 오는가 싶으면 일단 단식을 시작한다. 굶으면 편도선이 잘 붓지 않고 몸도 훨씬 덜 아프단다. 열이 나고 오한이 들면 최대한 옷을 껴입고 보온을 하고 따뜻한 보리차와 국물을 마신다. 그렇게 되면 한나절만 지나면 감기가 어느새 지나가 버린다. "우리 아이들도 이젠 알아서 감기를 그런 방식으로 하죠. 몸이 스스로 치유될 때까지 기다려 주는 것이 좋습니다."

해열 후에 신체 기관들이 열에 지친 상태이므로 3일 정도의 회복기간이 필요하다. 감기가 재발하면 이젠 감기가 아닌 급'만성적 질병으로 이행되기 때문에 집에서 충분한 휴식을 해야 한다.

"육류를 멀리하고 감기만 잘 치른다면 약 없이도 건강하게 살 수 있습니다." 온갖 보신음식과 영양제, 항생제로 혹사당하고 있는 우리 몸에 대한 신 원장의 충고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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