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한 '편견의 벽'…입양 되레 줄어든다

입력 2009-05-11 09:31:34

11일은 '입양의 날'이다. 1과 1의 만남, 하나의 가정이 한 명의 아이를 만나 건강한 가정을 이룬다는 의미에서 정한 날이다. '핏줄'에 대한 집착이 유독 강한 한국사회에서 입양은 아직 먼나라 얘기다. 최근 들어 입양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높아지고 있지만 주위 시선부터 제도적 문제까지 입양 가정들이 넘어야 할 산은 여전히 높다. 해가 갈수록 입양이 늘고 있을까? 공개 입양했던 사람들은 모두 만족하고 있을까? 대답은 '아니오'이다.

◆공개 입양 선언했지만…

김모(38)씨는 5년 전 딸아이를 공개 입양했다. 어린이집에 간 딸이 "다른 아이들이 '너희 엄마는 가짜 엄마'라고 놀린다"며 우는 것을 보고는 가슴에 못이 박혔다. 결국 김씨는 딸아이가 입양아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없는 지역으로 이사한 뒤 주위 사람들에게 '친딸'이라고 말하고 있다.

예전에는 대를 잇기 위해 아들을 몰래 입양하던 비밀 입양이 주를 이뤘지만 요즘은 '공개 입양'이 추세다. 아이와 주변인 모두에게 입양 사실을 공개하는 경우가 전체 입양건수의 57.5%에 달할 정도다. 하지만 아직도 김씨처럼 아이의 장래를 생각해 '공개 입양'을 택했다가도 '비밀 입양'으로 바꾸는 사례가 많다.

홀트아동복지회 대구상담소 황운용 소장은 "아이에게 자신의 역사를 바르게 알게 하고, 혹시 있을지 모를 사회적 편견에 당당하게 맞설 수 있는 건전한 사고를 갖도록 하려면 공개입양이 바람직하지만 아직 우리 사회의 성숙도가 미치지 못해 안타깝다"고 했다. 얼마 전 지역의 한 입양기관이 공개입양 가정을 위한 공동체 결성을 위해 150여 곳의 입양 가정에 안내문을 보냈다가 한바탕 곤욕을 치렀다. 일부 가정으로부터 "입양 당시에는 공개 입양이었지만 힘들어서 비밀 입양으로 살고 있다. 마음대로 안내문을 보내 입양 사실을 들춰내는 바람에 당황했다"는 항의전화가 쏟아졌다.

사회적 편견이 여전해 국내 입양아 수는 갈수록 줄고 있다. 한나라당 임두성 의원이 11일 발표한 '국내·외 입양 현황(2003~2008)' 자료에 따르면 국내 입양은 지난 2003년 1천564명에서 지난해 1천306명으로 6년 새 16.5%나 감소했다.

◆제도적 개선 뒤따라야

지난해 국내 입양된 아동의 수는 1천306명. 이중 95%가량이 태어나자마자 출생신고도 되지 않은 '무적' 상태로 입양된 아이들이다. 생부, 생모와의 관계가 공문서에 남지 않아 입양 부모가 아이를 낳은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모 입양기관에서는 20여명의 부모가 '무적' 아기를 기다리고 있다. '무적아'일 가능성이 큰 미혼모 출산아의 숫자가 2001년의 4천897명에서 2008년에는 절반 수준인 2천349명으로 떨어진데다 양육을 원하는 미혼모가 느는 추세여서 '무적' 아기를 찾기가 더욱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홀트아동복지회 황 소장은 "'연장아'(상당시간 키워진 아이) 입양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입양촉진 및 절차에 따른 특례법'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법률로는 입양시 친부모가 친권포기각서를 제출했더라도 법원에서 '친양자 재판' 과정을 거쳐 친권이 양부모에게 있다는 사실을 재차 확인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대한사회복지회 박미향 대구아동상담소 과장은 "현재 부모와 아동과의 연령차 한도가 '60세'로 되어있는 점, 입양기관이 양부모 검증을 위해 조사할 수 없는 점 등도 개선이 시급하다"며 "양부모의 기준에서 제정된 입양법이 아니라 아동 복지를 먼저 생각해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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