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취업 시장이 풀릴 줄 모르고 있다. 금융권과 공기업 등의 채용 규모가 지난해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데다, 올 하반기면 인턴 기간이 끝나는 청년 실업자들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오면서 '실업 대란'이 빚어질 가능성이 크다.
◆하반기에도 여전히 바늘구멍='경기 회복' 신호가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지만 국내 경기 악화에 일조했던 금융권은 여전히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기업들이 '일자리 나누기' 차원에서 채용 규모를 지난해 하반기보다 늘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상당수 금융권 회사들은 지난해에 비해 하반기 채용 규모를 줄이고 있다. 증권·카드사들은 아예 채용 계획이 없거나 지난해보다 채용 규모를 줄여 잡은 곳이 대다수이고, 보험사의 절반 정도도 지난해에 비해 적은 인원을 뽑을 예정이다.
공기업 정규직 채용은 벌써 2년째 중단된 상태다. 정부의 공기업 인력 감축계획에 따라 정원의 10%를 줄여야 하는 상황에서 신규 채용은 엄두도 낼 수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다 공공기관과 금융권 등의 청년인턴 채용기간이 올 하반기 중 대부분 만료됨에 따라 취업난을 더욱 가중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10개월 안팎 수준의 고용기간을 제시했던 인턴의 채용 연장이 검토되지 않는 한 무더기로 쏟아져 나올 청년 실업을 해소할 방법이 없다. 올 하반기 경기가 바닥을 치고 회복세로 돌아선다는 전망을 전제로 실시했던 인턴 계획이 현재의 상황에서는 오히려 발목을 잡는 '덫'이 돼버린 실정이다.
지역 한 시중은행에서 인턴 행원으로 일하고 있는 모대학 4년 박모(23·여)씨는 "정규직 전환이 보장되지 않는데다 채용시 가산점을 주는 것도 불확실해 불안감이 크다"며 "인턴을 하면서 관련 자격 등을 보완해 좁은 문이라도 도전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구직자 한숨소리만=대기업 인사담당자들은 "빨라야 내년 하반기쯤 돼야 채용이 정상화될 것"이라고 예상하는 가운데 벌써 몇 년째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구직자들은 "앞이 캄캄하다"며 한숨만 내 뱉고 있다.
2007년 말 직장을 구하지 못해 대학원에 진학했던 김모(29)씨는 벌써 올 하반기 졸업을 앞두고 있다. 그는 대학원 생활을 하면서도 틈틈이 입사원서를 내왔지만 채용하는 곳이 거의 없어 1년 반 동안 쓴 원서가 고작 10여 곳 정도다. 김씨는 "원서라도 원없이 써봤으면 좋겠다"며 "원서 100번 썼다는 선배들의 하소연이 부러울 지경"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금융권 입사를 준비하고 있는 김대용(28)씨는 "자격증 취득과 학점관리, 인턴 지원 등 준비를 하고 있지만 채용규모가 예년에 비해 줄어든다는 소식에 잠이 제대로 오지 않는다"며 "유통이나 무역 분야로 방향을 돌리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대기업과 무역공사 등 해외 관련 공기업 입사를 준비 중인 이춘식(27)씨는 "관련 자격증을 3개 이상 땄고 토익 점수가 900점을 넘지만 채용 자체가 없어 걱정"이라며 "하반기까지 매달려도 취업이 어려우면 건실한 중견기업으로 방향을 돌릴 생각"이라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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