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1 명화극장 '디어 평양' 9일 0시 55분
한 아버지가 있다. 사회주의를 열렬히 신봉하는 그는 이국땅 일본에서 평생 동안 혁명을 위해 살았다. 사춘기도 지나지 않은 세 아들을 북으로 보낸 아버지는 자신이 믿는 바를 단 한 번도 의심하지 않는 듯 보였다. 회의없는 신념을 부정하는 그의 딸은 철이 들면서부터 아버지를 증오할 수밖에 없었다. 어느 날 딸은 우연히 카메라를 들게 됐고, 특별한 가족, 그중에서도 아버지를 프레임 안에 담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법이 시작된다. 카메라 뒤의 딸은 투사인 줄로만 알았던 아버지의 사랑스러운 모습에 눈을 뜨고, 카메라 앞의 아버지는 점차 자신의 진심을 보여준다. 다큐멘터리 '디어 평양' 은 재일동포 양영희 감독이 십년에 걸쳐 홈비디오처럼 기록하고 2006년 제작한 작품. 2006 베를린영화제 돈키호테상(특별언급), 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월드다큐멘터리)을 수상했다.
다큐멘터리는 '아버지, 이제 당신에게 나의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습니다'는 딸의 나즈막한 독백으로 시작한다.
아버지는 15살에 고향인 제주도를 떠나 일본으로 왔고, 해방을 맞은 후 북한을 '조국'으로 선택했다. 딸은 '재일교포의 메카'로 불리 우는 도시, 오사카에서 태어나 오빠 셋의 귀여운 막내 여동생으로 자랐다. 부모는 결혼 후 함께 열정적으로 정치 활동을 했고 오빠들이 청소년이 되자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조국'인 북한으로 보낼 결심을 했다. 오빠들이 떠나던 날, 6살이었던 딸은 '귀국'의 의미도 모른 채 끊임없이 눈물을 흘렸다. 이후 평양의 실정을 들은 어머니는 오빠들에게 물자를 보내기 시작했다. 오빠들과 달리 자유롭게 살고자 했던 딸은 자연히 아버지와 갈등이 깊어갔다.
그러던 어느 날 딸은 아버지의 인생을 카메라에 담아 볼 것을 결심했고 10년간 렌즈를 통해 아버지를 지켜보았다. 그러자 머리로는 이해할 수 없었던 아버지의 삶이 가슴으로 다가왔다. 미움은 그리움으로, 갈등은 사랑으로 변해갔다. 어느 날 오빠들을 북한으로 보낸 것이 후회되냐고 묻는 딸에게 아버지는 진솔한 답변과 깊은 속내를 드러낸다. 하지만 화해를 방해하듯 예상치 못한 일이 곧 벌어지고, 딸은 뒤늦은 후회를 하게 된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한덕수 "24일 오후 9시, 한미 2+2 통상협의…초당적 협의 부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