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시장 크게 바뀐다

입력 2009-05-06 08:15:14

생활비 가운데 에너지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은 가운데, 기름유통과 판매에 획기적인 변화가 일고 있다.

이미 국내 정유 4사가 분할하고 있는 에너지 시장에 농협이 뛰어들었나하면, 대구시내에서도 이미 대구시 달서구 상인동 등지에 에너지 종합 할인점이 성업중이다. 또 E마트 등 대형할인점에서도 기름을 판매하고 있으며, 그간 비밀에 붙여졌던 정유사별 판매가격까지 온라인으로 공개하게 되어 있어 기름값 인하효과를 가져올지 주목받고 있다.

◆ 농협의 에너지 시장 진출

농협은 이미 석유중개권을 갖고 있으며, 최근 남해화학을 통해서 에너지 시장에 진출하였다. 이미 일본에서는 농협의 에너지 사업이 활성화되어 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농협의 에너지 판매의 경우, 국내 4대 정유사들이 가장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부분. 만약 우리나라 농협이 일본처럼 농어민들에게 농협 기름을 공급하기 시작한다면 그에 따른 정유사들의 타격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농협은 에너지시장에 진입을 했으면서도 왕성한 사업을 펼치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제대로 농협의 에너지사업이 가동되었을때의 파괴력을 엄청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 에너지 종합 할인점의 등장

대구시 상인동 모 주유소. SK에너지나 GS칼텍스 에스오일 등 특정 정유사로부터 에너지를 공급받아서 판매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모든 기름을 다 취급한다. 자연히 소비자들은 선택의 폭을 넓힐 수있고, 할인판매점이어서 선호도가 높다. 단돈 1백원이라도 아끼려는 불황기 소비심리와 맞물려 시장점유율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대형할인점에서도 기름을 판다

이마트+ SK네트웍스, 홈플러스 + GS칼텍스, 롯데마트 + 에쓰오일. 이마트가 기름판매에 성공하지 여타 대형할인점들도 잇따라 주유서비스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대형마트가 운영하는 주유소의 기름값은 일반 주유소보다 L당 100원 가량 저렴해 '불경기'와 '고유가'라는 이중고(二重苦)에 시달리던 소비자들에게서 호응을 얻고 있다.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주유서비스 사업이 아직 대구, 경북에서는 선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이마트가 SK네트웍스와 함께 경기 용인시 구성점과 경남 통영점의 매장에서 주유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인근 주유소보다 L당 80∼110원 싸게 팔자 100원의 차이에 소비자들은 열광하고 있다. 곧 전북 등지에서도 시행될 예정이다.

홈플러스와 롯데마트는 경북 구미시 매장에 주유소 설치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농협중앙회도 경기 수원시와 고양시 농협하나로마트 안에 주유소를 짓고 올해 5, 6월에 영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농협은 석유중개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다른 할인마트처럼 기존 정유사와 제휴하지 않고 직접 자체브랜드를 만들어 주유사업을 할 예정"이라며 "석유의 조달 원가 자체를 낮춰 셀프 방식이 아닌 주유원 방식의 서비스를 유지하면서 싼값에 기름을 공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형마트의 이 같은 영업이 지방의 소규모 주유소 죽이기라는 반발도 적지 않다.

주유소협회 관계자는 "대형마트는 매장 방문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주유소를 운영한다지만 생업이 걸린 인근 주유소는 폐업을 고민할 만큼 타격이 크다"며 "소비자와 기존 주유업계가 모두 살 수 있는 정부 차원의 대응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유사 판매가격 공시 의무화

국내 정유사들은 8일 처음으로 공급 기름값을 공개해야한다.

국내 4대 메이저 정유사들은 저마다 직영 대리점이나 각 주유소에 공급하는 석유제품의 주간 단위 판매가격을 매주 목요일까지 정부에 의무적으로 보고해야하고, 또 정부는 이렇게 수집한 정유사별 공급가격을 매주 금요일 주유소종합정보시스템인 오피넷(www.opinet.co.kr)과 석유정보망(www.petronet.co.kr)에 공개하게 된다. 그 첫 공개일이 바로 5월 8일이다.

지금까지 정유사들은 각각의 판매가격이 아닌, 이들 정유사의 공급가격을 합쳐 평균한 판매가격을 일주일 단위로 공개하고 있을 뿐이었다.

정유사별 판매가격의 뚜껑이 열리면 어느 정유사가 싸게 또는 비싸게 석유제품을 판매하는지 투명하게 드러난다.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 4사 가운데 사별 판매가격 공개에서 일단 SK에너지가 유리하고, GS칼텍스가 조금 불리할 것이라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이는 사별 석유제품 유통구조의 차이에서 빚어진다.

SK에너지는 자체 판매조직을 거의 두지 않고, SK네트웍스를 거치도록 유통망이 짜여 있다. 즉, SK에너지가 석유제품을 SK네트웍스에 넘기면, SK네트웍스가 각 주유소에 재판매한다. 이 과정에서 SK네트웍스는 리터당 10원가량 유통마진을 붙여 주유소에 파는 것으로 전해졌다.

SK에너지가 이번에 공개하는 가격은 SK네트웍스에 넘기는 출고가격이며, SK네트웍스가 주유소에 판매하는 가격이 아니다. 이에 반해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은 자영주유소와 직거래하는 판매량이 전체의 70% 이상이다.이 때문에 GS칼텍스 등은 자영주유소에 넘길 때 붙이는 유통이윤까지 더한 판매가격을 보고다. 따라서 겉으로 볼 때 SK에너지의 공급가격에는 SK네트웍스의 유통차액이 빠져 더 싸게 보이고, GS칼텍스 등의 판매가격에는 유통수수료가 붙어 더 비싸게 보일 수 밖에 없다.

최미화 기자 magohalmi@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