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산 자락인 대구 북구 연경동 도덕산이 수석 불법 채취꾼들에 의해 만신창이가 되고 있다. 이곳은 2004년 6월에도 본지가 불법 수석채취 행태를 고발했던 현장이지만, 5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산은 무분별하게 파헤쳐지고 있다. 그러나 이를 막는 감시원은 물론이고 경고 팻말 하나 찾아볼 수 없었다.
1일 오전 11시쯤 도덕산을 찾았다. 5년 전 숲으로 뒤덮여있던 이곳은 비포장 도로가 산 정상 부근까지 길게 뻗어 있었다. 차량 한 대가 거뜬히 지나다닐 수 있을 정도의 폭이었다. 누가 도로를 닦았는지 확인이 어렵지만 개발제한구역에 허가없이 도로를 내는 것은 불법이다. 도덕산은 일부만 사유지고 상당 부분은 국유지다. 그런데도 대구 북구청은 이곳에 도로가 나 있는 사실조차 몰랐으며 오히려 개발제한구역에 왜 도로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산 8, 9부 능선에 다다르자 어림잡아 7천~8천평 가량 돼 보이는 넓은 황무지가 45도 정도의 가파른 경사를 따라 펼쳐져 있었고 50㎝~1m가량 높이의 뽕나무 묘목이 곳곳에 심어져 있었다. 이곳은 지적도상 '밭'으로 뽕나무 밭으로 개발해도 문제가 없다. 하지만 길을 안내해 준 한국야생동물보존협회 대구경북지회 최동춘 동부지부장은 "예전에 가득하던 뽕나무 숲이 모두 없어져 가파른 경사에 큰 비라도 내리면 산사태가 날 위험이 있다"며 혀를 찼다.
이날도 불법 수석채취는 여전히 진행 중이었다. 뽕나무밭 부근으로 다가가자 60대 남자 한 명이 괭이로 돌을 뒤적이고 있었다. 큼직한 그의 배낭에서는 돌덩이 예닐곱 개가 쏟아져 나왔다. 협회 관계자가 "돌을 무단으로 가져가는 것은 불법이며 고발될 수 있다"고 저지하자, 그는 "취미삼아 돌 몇 개를 주웠을 뿐"이라며 변명했다. 하지만 몇 마디를 더 나누자 그는 해박한 지식을 가진 '돌 전문가'임을 알아챌 수 있었다.
산 정상부 숲 속으로 들어가자 산은 폭격이라도 맞은 듯 줄잡아 백여 개는 넘는 큰 구덩이가 곳곳에서 흉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수십 개의 구덩이는 최근에도 수석 채취가 이뤄진 듯 짓이겨진 나무뿌리의 수분이 아직 채 마르지 않은 상태였다.
최 지부장은 "며칠 전 대구시와 함께 야생동물 밀렵 합동단속에 나섰다가 가방 가득 돌을 담아 도망가는 불법 채취꾼 2명을 붙잡아 수석을 압수했다"며 "그들은 '고발을 하든 마음대로 하고 돌만 돌려달라' '가족을 가만두지 않겠다'는 등 갖은 협박문자를 보내오고 있다"고 밝혔다.
수석은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다 보니 여기저기서 수석 수집가들이 몰려들어 산을 마구잡이로 파헤치고 있다. 야생동물보호협회 장영술 대구경북지회장은 "수년 동안 수석 불법 채취로 산이 망가지는데도 관할구청은 신고해도 무시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북구청은 관리에 손을 놓고 있었다. 뽕나무밭의 불법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항측사진까지 확인하고서도 산에 임도가 나 있는지, 수석 채취꾼들이 산을 얼마나 황폐화시켰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었다. 북구청 도시관리과 관계자는 "도덕산은 개발제한구역으로 돌을 채취하고 도로를 내는 등 모든 행위에 대해 사전에 구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며 "관련 현황을 파악해 관련법에 따라 불법 행위를 처벌하겠다"고 해명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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