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양돈농가·협회 "북미인플루엔자로 불러주세요"

입력 2009-04-30 09:30:47

경북지역 양돈농가들이 '돼지인플루엔자'(SI)란 용어에 강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병명에 '돼지'가 들어가면서 돼지고기 소비 위축과 함께 돼지값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경상북도에 따르면 도내 돼지 사육농가는 1천107농가(137만3천174마리)로 전국에서 세 번째로 많다. 문제는 SI의 감염이 전적으로 돼지를 통해서 이뤄지거나 돼지고기를 먹는 데 원인이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SI를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과거에 찾아볼 수 없었던 인간과 돼지 또는 조류 인플루엔자의 변종이지만 이번 사태 발발부터 아예 돼지인플루엔자로 굳어져 불리고 있다. 이에 따라 대한양돈협회는 '돼지인플루엔자' 대신 '북미인플루엔자'로 명칭을 변경해 줄 것을 정부기관과 언론사 등에 요구하고 있다.

대한양돈협회 대구경북협의회 최재철 회장은 "소비자 불안심리가 계속되면 돼지 가격이 생산비 이하로 떨어질 수도 있다"면서 "'돼지인플루엔자'라는 말 때문에 사람들이 불안해하고 있어 병명을 바꿔야 한다"고 역설했다.

명칭 문제는 동물 보건을 관장하는 국제수역사무국(OIE)이 '북미(North-American)인플루엔자'로 표기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불거졌다. 이 질병에 걸려 죽은 돼지를 확인한 바 없고, 또한 이 인플루엔자는 돼지뿐만 아니라 조류와 인간 바이러스 성분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돼지를 불결한 동물로 간주해 돼지고기 섭취를 금기시하는 유대교 국가인 이스라엘은 '멕시코인플루엔자'로 부르자고 제안했으며, 돼지고기가 주요 수출품인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새로운 독감'(novel flu)이란 이름을 제안했다.

우리 정부 내에서도 명칭을 둘러싸고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보건복지가족부와 농림수산식품부가 각각 '돼지인플루엔자'와 '멕시코인플루엔자'(Mexican influenza·MI)란 표현을 쓰자고 주장하면서 용어 통일이 안 되고 있는 것이다.

경북대 수의과대학 김봉환 명예교수는 "경북지역 돼지는 다른 지역보다 질병이 적게 발생하는 데다, 방역도 철저히 하고 있다"면서 "양돈농가들이 선의의 피해를 보고 있기 때문에 병명을 바꿔 돼지고기를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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