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과도한 규제는 생동성 저해, 순기능 활용땐 경제발전 원동력
필자는 현재 영국 옥스퍼드인터넷연구소(OII)에 있다. 해외에 있으면 한국과 체류국의 제도와 문화를 자연스럽게 비교하게 된다. 그런데 한국의 인터넷과 관련된 뉴스는 즐거운 소식도 있지만 때로는 마음을 무겁게 하기도 한다.
국제통신연합(ITU)의 2008년도 정보통신발전지수에서 한국은 154개국 가운데 2위를 차지했다. 한국은 인터넷에 연결된 가구 수와 무선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수에서 다른 국가보다 훨씬 앞섰다. 그렇지만 국제 언론감시 단체인 '국경없는 기자회'가 발표한 보고서에 인터넷을 탄압하는 국가로 북한, 중국을 비롯한 12개국이 지목되었으며 한국은 호주와 더불어 인터넷 자유가 위협받는 잠재적 국가그룹으로 포함되었다. 또한 한국은 세계인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인터넷 서비스인 구글에 세계 최초로 인터넷 실명제의 도입을 요구하였다. 중국 정부가 구글에 특정 단어의 검색 중지를 요청하여 많은 네티즌의 항의를 받는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이번 조치가 불러올 국제적 파장이 우려된다.
정부는 현재 33위의 국가 이미지 순위를 2013년까지 15위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발표했다. 사실 해외에 있으면 한국과 일본의 국가 이미지에 큰 차이가 있음을 자주 느낀다. 일본 관광을 즐기는 외국인에게 이웃 국가인 한국 방문을 권하면 대부분이 일본은 안전하지만 한국은 위험하다고 말한다. 그들은 일본에 대해 한국보다 정서적으로 편안함을 느낀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에 중국과 북한의 인터넷 검열을 경고하는 부정적 국제보고서에 한국이 언급되면 국가 이미지 개선은 어렵다. 특히 인터넷 여론의 강한 영향력을 생각하면 국가 브랜드 고양을 위해서도 인터넷 자유는 존중될 필요가 있다.
인터넷과 국가 발전에 대한 상념이 교차하는 가운데, 옥스퍼드인터넷연구소장인 더튼(W.H. Dutton) 교수가 최근 발표한 '인터넷 오적' 논문은 시사점이 크다. 인터넷을 위협하는 첫 번째 敵(적)은 인터넷을 아마추어의 공간으로 폄하하는 지식인 집단이다. 두번째 적은 인터넷 정보의 독점화와 상업화를 주도하는 경제 엘리트 집단이다. 세번째 적은 인터넷의 자유로운 접근을 가로막는 정부다. 네번째 적은 인터넷의 독창적 정보유통 방식을 모방하며 경쟁하는 기성 언론이다. 다섯번째 적은 인터넷을 악용하여 인터넷에 대한 공공 신뢰를 결국 무너뜨리는 스팸머, 해커, 충동적 시민들이다. 그는 인터넷을 위협하는 디지털 오적에 맞서는 효과적 방식으로 '자율적 인터넷 거버넌스'를 강조한다. 하지만 다른 어떤 위협보다 정부의 과도하거나 부적절한 규제가 인터넷 생동성을 저해한다고 지적한다.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정부는 강력한 규제보다 인터넷 자유를 촉진하여 대중의 지혜가 증폭되고 국부가 창출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대표적 정책이 '크라우드소싱'(Crowd-Sourcing)이다. 크라우드소싱이란 인터넷의 유휴 노동력을 모아서 산업적으로 유용하게 활용하는 것이다. 예컨대 기업이 직접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를 이노센티브(innocentive.com)에 가격과 함께 올리면, 인터넷 이용자들이 여유시간에 그 문제에 도전하고 대가를 받는다. 이것은 인터넷의 잠재력과 순기능을 극대화하면서 국가발전의 동력으로 전환할 수 있는 사례이다.
세계적인 경제 위기 상황에 직면하여 모든 정부가 경제 살리기에 여념이 없다. 경제 재생을 위한 정답을 찾기는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미국 오바마 정권에서 중용된 선스타인(C.R. Sunstein) 교수가 최근 저서인 '너지'(Nudge)에서 암시하듯이, 정부가 현재의 인터넷 시스템을 살짝만 변경해도 시민들의 삶과 국가 경제가 달라질 수 있다. 정부가 이용자 친화적이면서 인터넷의 생산적 활용을 도모하는 온화한 정책을 펼친다면 디지털 경제의 활성화로 이어질 것으로 믿는다.
박한우 교수(영남대 언론정보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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