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 얇아도 행복한 '중고 천국' 아름다운 가게

입력 2009-04-24 06:00:00

▲ 개점 5주년을 맞은
▲ 개점 5주년을 맞은 '아름다운 가게 수성점'이 알뜰소비를 하러 온 주부들로 북적거리고 있다.

세계의 소비 트렌드는 윤리 소비다. 환경을 살리고 이웃을 살리고 경제를 살리는 윤리 소비는 경제가 어려울수록 더욱 주목받고 있기도 하다. 최근 개점 5주년을 맞은 대구의 '아름다운 가게'는 착한 소비가 이루어지고 있는 실천의 장이다. 이곳에서는 기증받은 물품이 싼 가격으로 이웃에게 판매되고 여기서 나온 수익금은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일에 쓰인다. 기증·재활용 ·판매·이웃돕기의 선순환 구조다. 경제 위기를 맞으면서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는 알뜰 소비, 착한 소비의 현장인 '아름다운 가게'를 찾았다.

개점 5주년을 하루 앞둔 22일 오후 '아름다운 가게 수성점'(코오롱아파트 인근 동아마트 지하)에는 주부들이 제법 많았다. 19평 남짓 좁은 가게는 옷 책 등산화 골프채 어린이 장난감 구두 액세서리 등 웬만한 것은 다 있다. 좁은 가게를 비집고 물건을 고르는 주부들의 눈길은 날카롭고 진지했다. 옷들은 지금 입기에 딱 좋은 것들로 어린이 성인용 등 다양하게 갖추어져 있었다. 중고품이지만 낡고 헌 것이라는 인상을 주기보다는 깨끗이 손질돼 있어 바로 입고 나갈 수 있는 상태였다. T셔츠는 1천원, 원피스 상의는 3천~5천원, 비싼 재켓이 1만5천원의 꼬리표를 달고 있었다.

이곳을 찾는 고객은 하루에 50여명. 멀리 서구에서 오는 주부들도 있었다. 매출은 하루 평균 50만원정도로 몇천원짜리 물건을 팔아서 이만큼의 매출을 올리는 것을 보면 주부들에게 인기가 좋은 편이었다.

3천원 주고 청바지를 구입한 이모(43·대구시 수성구 범어동)씨는 " 1주일에 한번 정도 오는데 어떤 때는 정말 좋은 제품을 만나는 날도 있다. 횡재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며 "좋은 옷 싸게 사서 즐겁고 내 돈이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사용된다니 보람있는 일인 것 같아 자주 찾게 된다"고했다. 그러면서 행사를 하면 꼭 연락해 달라며 물건 판매 담당자인 자원봉사자에게 전화번호를 남겨 주었다.

이곳을 찾는 이들은 대부분 40대 이상 주부들이다. 가끔은 중년 남성들이 찾아와 옷이나 등산용품을 고르기도 했다. 수성점은 대구에서 처음으로 문을 연 아름다운 가게 1호점이다. 그 후 칠곡점이 문을 열었고 이어 월성점, 남산점이 문을 열어 현재 4곳에 이르고있다. 지난해 10월까지 누적 판매액은 10억원. 이중 2억원이 어려운 이웃에게 나누어졌다. 물건을 기증한 기증자는 수를 헤아릴 수 없고, 대구의 공공기관이나 기업들이 참여해 물건을 기증하고 직접 판매에 나서기도한다. 가게 판매에서 물건 정리까지 봉사하는 자원봉사자만도 150명에 이른다.

박상규 아름다운 가게 대구경북본부장은 "지금까지는 판매에 대한 시스템을 갖추는 시기였다면 앞으로는 자원을 재사용하고 나눔을 실천하는 문화를 확산하는데 초점을 맞출 계획"이라며 나눔 문화발전소를 설립하는 등 나눔 문화의 구심체 역할을 하고 싶다고 했다.

박동준 아름다운 가게 회장은 " 기증이나 기부 문화가 정착되는데 아직도 장애물이 많다. 그러나 아름다운 가게를 통해 그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 모두가 조금씩 나누면서 함께 아름답게 살 수 있는 그런 세상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꿈"이라고 밝혔다.

기증하는 물건이 있는 이들은 아름다운 가게(053-792-1403)로 연락하면 된다. 또 아름다운 가게와 함께 1일 판매에 나설 기업이나 기관들은 언제든지 환영이란다

김순재 객원기자 sjki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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