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시대 우리민족의 애환을 달래준 동요에 나오는 울밑에 선 봉선화를 비롯해 달맞이꽃, 나팔꽃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많이 봐왔고 들어왔기 때문에 우리꽃으로 생각하지 쉽지만 유감스럽게도 원산지가 모두 외국이다.
최근 토종 야생화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대중적으로 사랑받는 꽃의 대부분은 외국산이다. 우리나라 꽃은 오히려 외국에서 더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외국에서 사랑받고 있는 식물 가운데 우리나라 태생이 적지 않다. 우리나라에 생물자원보존이라는 개념이 확립되지 않았던 19세기말부터 많은 자생식물과 재래작물이 외국으로 유출된 결과다.
특히 미국은 우리나라에서 재배되지 않는 많은 우리작물 품종을 수집·보관하고 있다. 미국 등 선진국들이 일찍부터 외국 생물자원 수집에 열을 올린 이유는 유전자원개발이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항암제 택솔은 주목에서 추출된 물질에서 개발됐고 아스피린은 버드나무에서 나온 물질을 합성해 만들었다. 하지만 금싸라기같은 생물자원을 보존하려는 우리나라의 노력은 더딘편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1년 '국외반출 승인대상 생물자원 지정관리제'가 실시되면서 자생식물에 대한 해외반출이 금지됐다.
외국으로 빠져나간 종자가 새품종으로 개량돼 우리나라에 역수출되는 경우도 많다. 대표적인 꽃이 미스김라일락·원추리·나리 등이다.
외국에서 관상용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미스김라일락은 1947년 북한산에서 채취된 수수꽃다리 씨가 미국으로 건너가 개량된 것이다. 당시 자료를 정리해주던 한국여성의 이름을 따 미스김라일락으로 불리게 됐다고 한다. 미스김라일락은 1970년대부터 한국으로 수입되고 있다. 하지만 로열티는 받을 수 없다. 품종개량을 거쳐 특허등록을 한 식물에 대해서는 원산지 국가가 권리를 주장할 수 없다.
원추리 개량종은 미국에서 '하루백합'이라는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다. 나리는 네덜란드 등으로 반출, 현재 25종의 신품종이 개발된 상태다. 하늘말나리·털중나리 등 우리 토종을 교배해 얻은 나리구근을 우리는 엄청난 돈을 지급하면서 수입하고 있다.
과꽃은 원래 한국의 북부와 만주 동남부지방에 자생하던 한해살이 화초였으나 18세기무렵 프랑스로 건너가 개량됐다. 북한에서 천연기념물로 지정한 야생종이 함경남·북도 등에 분포하고 있다.
외국에서 새품종으로 개량한 것은 꽃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최고의 크리스마스트리로 각광받고 있는 구상나무 역시 1900년대 초반 유럽으로 건너간 토종식물이다. 또 추위와 병충해에 강한 내장산 단풍나무 묘목도 유럽에서 새로운 종으로 개량돼 비싸게 팔리고 있다.
국내 품종육성 역사가 짧고 외국산 의존도가 높다 보니 해마다 지불하는 로열티도 엄청나다. 우리나라는 2002년 국제신품종보호연맹에 가입했기 때문에 품종보호권이 설정된 신품종에 대한 로열티 지급이 의무화됐다. 보호대상으로 지정된 품종은 2002년 113종에서 지난해 223종으로 늘어났으며 2012년에는 모든 작물로 확대된다. 농촌진흥청이 지난해 국정감사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03~2007년 6개 화훼작물에 대해 지급한 로열티 추정액은 444억6천만원에 달했다. 품종별로는 장미가 292억8천만원으로 가장 많고 난 81억4천만원, 국화 32억4천만원, 카네이션 22억5천만원, 거베라 12억9천만원, 포인세티아 2억6천만원의 순이었다.
이에따라 농촌진흥층은 로열티 경감을 위해 국산품종 개발과 보급에 주력하고 있다. 2006년부터 장미와 국화 등 일부 품목별로 연구단을 출범시켜 신품종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장미의 경우 육종연구와 보급확대 노력으로 국산 장미보급률이 2005년 1%에서 지난해 8%로 증가했다. '옐로우킹' '러블리 핑크' '핑키' '피스풀' 등 일본 수출용으로 개발된 장미품종이 장미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07년 13%에서 2008년 24%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국산 국화 보급률도 2007년 4.5%에서 지난해 8.2%로 늘어 로열티 줄이기에 도움을 주고 있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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