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소말리아 해적

입력 2009-04-22 10:50:52

1991년 소말리아의 모하메드 시아드 바레 정부가 몰락하면서 소말리아 앞바다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선박들이 나타나 엄청난 양의 원통형 물건을 버리기 시작했다. 그 뒤 해변가 주민들은 입과 복부의 출혈, 전염성 피부염, 구역질 등의 증세를 보이는 괴질에 시달렸고, 모두 300여 명이 사망했다. 유럽국가들의 배가 소말리아 앞바다에 버린 독성 폐기물이 원인이라는 주장이 제기됐으나 증거가 없었다.

그러던 중 1992년 스위스와 이탈리아 선박회사가 유독 폐기물을 소말리아 바다에 버리기로 소말리아의 유력 군벌과 계약을 맺은 사실이 드러났다. 괴질의 원인이 유럽국가들이 버린 독성 폐기물이었음이 드러난 것이다. 2005년 쓰나미가 발생했을 때도 유럽국가들의 '더러운 행위'의 증거가 나왔다. 수백 개의 폐기물 처리통이 소말리아 북부 해안가에 떠내려왔던 것이다.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유럽국가들은 소말리아 내전 내내 폐기물을 이 지역에 버려왔다. 탐욕 때문이다. 폐기물의 자국 내 처리비용은 t당 1천 달러에 달하지만 이 지역에 버리는 데는 2.5달러만 들이면 된다.

소말리아인들은 바다도 도둑질당하고 있다. 정부의 붕괴로 해상주권이 공백 상태에 빠지면서 소말리아의 해양자원은 먼저 가져가는 게 임자가 됐다. 외국 원양어선이 이 지역에서 쓸어가는 수산물은 매년 3억 달러어치에 달한다. 그러자 소말리아 어부들은 자구책에 나섰다. 이들은 처음에는 폐기물을 버리거나 불법 조업을 하는 외국 배들을 영해 밖으로 쫓아내거나 '세금'을 거두었다. 그러다 더 돈이 되는 해적질로 방향을 바꾼 것이다. 이것이 악명을 떨치고 있는 소말리아 해적의 기원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행위는 '소말리아 해안 보호'이며 "진짜 해적은 우리 바다에 폐기물을 버리거나 불법 조업을 하는 자들"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소말리아 국민의 광범한 지지를 받고 있다. 한 연구조사에 따르면 소말리아 국민의 70% 이상이 "소말리아의 해상주권을 방어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 같은 사실은 거의 알려지지 않고 있다.

해적은 범죄자일 뿐이다. 하지만, 어부들을 범죄자로 만든 것은 서구의 탐욕과 수탈이었다. 아프리카 대륙에 드리워진 제국주의의 그림자는 짙고 길기만 하다.

정경훈 논설위원 jghun316@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