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나 일본어는 한자로 된 용어를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의미도 같고 또 이런 한자 용어들은 대개 음독이므로 발음도 비슷하다. 예를 들면, 고속도로는 '고소쿠도오로'(高速道路), 기차는 '기샤'(汽車), 운전수는 '운텐슈'(運轉手), 외교관은 '가이코오칸'(外交官), 동물원은 '도부츠엥'(動物園), 예약은 '요야쿠'(予約), 유효기간은 '유코오기칸'(有效期間), 하숙은 '게슈쿠'(下宿), 인생은 '진세이'(人生), 병원은 '뵤오인'(病院), 역사는'레키시'(歷史) 등, 거의 모든 한자가 이에 해당된다.
그런데 의미는 같더라도 일부 한자는 바꿔서 쓰기도 하는데, 다음이 그런 예다. 주인(主人)은 '모치누시'(持ち主), 편지(便紙)는 '테가미'(手紙), 약혼(約婚)은 '곤야쿠'(約婚), 다방(茶房)은 '깃사텐'(喫茶店), 화초(花草)는 '쿠사바나'(草花), 병세(病勢)는 '보죠오', 조상(祖上)은 '소센'(祖先), 양산(陽傘)은 '히카사'(日傘), 병(病)은 '뵤오키', 단풍(丹楓)은 '코오요오'(紅葉), 전자제품(電子製品)은 '덴카세이힝'(電化製品) 등으로, 이런 예도 아주 많다.
그리고 비슷한 말을 반복할 때 일본말은 우리와 순서를 거꾸로 쓰는 경우가 많다. 왔다 갔다는 '갔다왔다'로 '잇타리킷타리'(行ったり來たり), 여기저기는 '저기여기'로 '아치고치'(あっちこっち), 앉거나 서거나는 '서거나 앉거나'로 '닷타리스왓타리'(立ったり座ったり), 먹거나 마시거나는 '마시거나 먹거나'로 '논다리굿타리'(飮んだり食ったり), 웃거나 울거나는 '울거나 웃거나'로 '나이타리와랏타리'(泣いたり笑ったり)라고 한다.
4자성어로 된 말도 이렇게 바꿔 쓰는 예가 많은데, 우리의 현모양처(賢母良妻)는 '양처현모'로 '요사이켄보'(良妻賢母), 남녀노소(男女老少)는 '노약남여'로 '노자쿠단죠'(老若男女)라고 한다.
또 외래어의 표현도 한국과 일본이 많이 다르다. 예를 들면, 우리가 흔히 마시는 '커피'를 일본에서 '커피'하면 일본인들은 복사한다는 뜻의 '코피'로 알아듣는다. 그래서 커피는 반드시 '코히'라고 해야 통한다. 영어인 캔(can)은 '캉'(カン), 아파트는 '만숀'(マンション), 비어(beer)는 '비루', 세미나(seminar)는 '제미'(ぜみ), 오토바이(auto bicycle)는 '바이크'(バイク)라고 한다.
영어의 '로맨스'에서 따온 한자 '로망'(浪漫)은 일본이 만든 단어로, 우리도 이를 그대로 받아들여 '낭만'(浪漫)이라고 한다. 근대 문화를 먼저 받아들인 일본은 많은 신조어를 만들었으며, 이런 용어들은 그대로 우리나라에도 역수입되었다.
예를들면, '보에끼'(貿易)가 무역, '긴꼬오'(銀行)가 은행, '와리비끼'(割引)가 할인, '후아다리'(不渡)가 부도 등으로 건축, 토목, 의학, 경제, 학술 계통의 대부분 용어들은 새롭게 일본이 만든 신조어들이다.
이렇듯 고대에는 우리가 한자를 전해주었지만, 근대에는 일본이 만든 용어를 사용하는 것처럼 한일 양국은 이렇게 싫든 좋든 서로에게 영향을 주면서 지내온 이웃이다.
경일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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