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학 스님 "기도와 공부는 함께 구르는 수레바퀴'

입력 2009-04-20 06:00:00

한국불교대학 대(大)관음사. 사찰 이름이 특이하다. 사찰 안에 '불교대학'을 열었다면 大관음사 부설 '한국불교대학'이라고 해야 하지 않나?

"불교는 신의 가르침이라기보다 법의 가르침입니다. 그래서 법당은 기도하는 곳이요, 공부하는 곳입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불자들은 절에 가서 기도할 뿐 공부하지 않습니다. 한국불교대학 大관음사는 공부와 기도가 동시에 이루어지는 곳입니다."

한국불교대학 大관음사 회주 우학 스님은 "공부만 하는 사람은 제 잘났다고 교만해지기 쉽고, 믿음은 있되 앎이 없는 사람은 어리석어지기 십상이다. 공부와 기도는 수레바퀴처럼 함께 가야 한다"고 했다.

우학 스님이 大관음사를 열 때 불교대학을 함께 연 이유다. 그래서 한국불교대학 大관음사는 사찰과 대학의 역사가 같고 학생이 곧 신도다.

우학 스님은 공부한 후에는 수행해야 한다고 했다. 절, 참선 등이 모두 수행이다. 수행한 후에는 봉사해야 한다. 혼자 공부하고 수행하는 것에 머문다면 불교가 굳이 사회 속에 있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한국불교대학 大관음사 신도들은 대구 시내 병원 20여곳에서 호스피스, 간병사, 장례봉사, 목욕봉사 활동을 펼치고 있다.

우학 스님은 최근 6개월 일정으로 미국을 다녀왔다. 최고 경영자가 여섯달 동안이나 절을 비운 것이다. 그러나 절은 삐걱거림 없이 운영됐다.

"주지 스님 한 사람에 의해 절이 좌지우지돼서는 안 됩니다. 법(시스템)에 따라 절이 운영돼야 합니다. 회주 스님이나 주지 스님이 재무관리부터 마당 청소까지 모두 할 필요는 없습니다. 법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점검만 하면 됩니다."

우학 스님은 "절은 공동 살림체다. 출가한 스님은 공부하고 수행하고 강의하는 역할을 맡으면 된다. 절 살림이나 초파일 행사, 행정 업무, 복지시설 관리 등은 신도들의 몫이 돼야 한다. 한국불교대학 大관음사는 그렇게 시스템화에 성공했고 안정적으로 운영된다"고 했다.

우학 스님은 지금까지 불전함에 손대 본 적이 없다고 했다. 돈 관리, 돈 문제 역시 시스템에 따라 작동한다.

'빈손이라니 노후엔 어쩌시려고….'

"출가한 스님이 노후 걱정한다면 그것도 욕심이지요. 열심히 공부하고 수행하고 포교하고 봉사하면 됩니다. 스님들이 열심히 정진하면 나이 들어서 어디에 가더라도 환영받으며 여생을 보낼 수 있어요."

회주 우학 스님은 CEO로 통하는 사람이다. 신도 16명으로 시작한 한국불교대학 大관음사는 17년이 지난 지금 15만명을 헤아린다. 이곳은 단순히 절이 아니라 불교종합타운이라고 해야 적합하다. 유치원, 사진관, 갤러리, 꽃집, 서점, 내세 체험관, 납골당, 생태공원 등 사람에게 필요한 것을 거의 모두 갖춘 도량이다. 경산, 칠곡, 구미, 감포에도 도량이 있고 서울, 광주 도량도 개설 준비중이다. 한국불교대학 大관음사의 혁신을 배우기 위한 견학과 탐방이 끊이지 않는다. 이 같은 발전의 원동력은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 공부다.

우학 스님에게는 3대 지표가 있다. 근본 불교, 즉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정법만 찾는다는 것이 첫 번째 지표다. 둘째는 세계 불교, 즉 한국을 넘어 세계로 나아가야 한다. 스님은 이미 중국 칭다오와 미국 뉴욕에 분원을 열고 해외 포교에 나서고 있다. 연내에 뉴욕에 인재양성 도량을 열 예정이다. 이곳을 통해 미국 전역에 한국 불교를 포교한다는 계획이다. 셋째 지표는 첨단화다. 이미 사이버 대학을 열었고 화상 강의를 실시하고 있다. 인터넷에 카페를 개설한 것도 첨단화의 일환이다.

한국불교대학 大관음사에는 다른 절에 비해 남자 신도, 젊은 신도가 많다. 우학 스님은 불교가 종종 '치마 불교' '노인 불교'라는 말을 듣는 것은 변화와 개혁, 공부에 무심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국불교대학 大관음사에 남자 신도, 젊은 신도가 많은 것은 불교 근본에 충실한 데다 시스템화와 첨단화에 성공한 덕분이다.

스님은 1년에 3∼6개월씩 안거(安居·한곳에 머무르며 외출을 금하고 수행에만 전념하는 것)에 참석한다. 안거 기간 동안의 수행과 공부는 결국 훌륭한 강의의 바탕이 된다. '저거는 맨날 고기묵고1, 2'를 비롯해 지금까지 스님이 쓴 책은 100권이 넘는다. 많은 책과 사진, 서예, 그림 솜씨는 그가 얼마나 치열하게 공부하는 사람인가를 보여준다.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