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아이가 영어와 수학, 과학을 가르치는 학원에 다니는 중3 엄마입니다. 두 학원은 숙제가 너무 많을 뿐만 아니라, 숙제를 안 해 가면 재시험을 치게 하거나 반에서 탈락시키기 때문에 학원 숙제 하느라 학교 공부할 시간이 없습니다. 아이가 너무 힘들어 하기 때문에 그만 두게 하고 싶지만 다른 아이들에게 뒤질까 불안하여 그만 둘 수도 없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조언 부탁합니다.
A: 학원 숙제 때문에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할 수 없다며 필자를 찾아와 조언을 구하는 부모님들이 수도 없이 많습니다. 문제가 되고 있는 이런 학원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학생은 '레벨 테스트'(level test)부터 받습니다. 그 다음부터는 최상위권반을 지칭하는 엘리트반, 영재반 등에 들어가기 위해, 또는 그 반에서 탈락하지 않기 위해 학교수업을 비롯한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합니다. 과도한 숙제를 감당해야 하며, 매주 치르는 시험에 통과하지 못하면 늦은 귀가와 휴일의 재시험도 감수해야 합니다. 아이가 허덕이는 모습을 보며 이게 아니라는 생각을 하지만 발을 빼기가 어렵습니다. 매달 진도 나가는 그 엄청난 분량만큼 뒤질 것 같아 그만 둘 수가 없는 것입니다.
학원은 학생의 자율적 학습의지를 중시하는 아테네식과 학습 목표를 설정해 놓고 강압적으로 몰아붙이는 스파르타식 학원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스파르타식 지도 방법을 내세우는 학원은 수강생들의 학습관리와 생활 관리를 철저하고 빈틈없이 해준다는 것을 장점으로 내세웁니다. 계획한 분량을 반드시 공부시키기 위해 부모의 양해 하에 심지어 체벌도 합니다. 이런 학원은 학습 성과를 단기간에 가시적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부모님들이 선호합니다.
스파르타식 학원의 최대 문제점은 모든 학습활동이 타율적이고 강압적이기 때문에 학생의 지적인 홀로서기를 방해한다는 것입니다. 지시하고 시키는 대로만 움직이는 수동적인 습관 때문에 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을 키울 겨를이 없습니다. 이런 유형의 학원은 창의력과 상상력을 무력화시킬 가능성이 높습니다. 중학교 때 학원 숙제 때문에 독서를 제대로 못한 학생들은 고교에 진학하여 언어영역에서 어려움을 겪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입학사정관제와 같은 바뀐 입시제도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자율적으로 공부하고 탐구하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학생이 지치는 기색이 역력하면 단호하게 학원을 쉬게 해야 더 큰 불행을 막을 수 있습니다. 중학교 때까지는 기본에 충실하면서 책을 많이 읽어야 합니다. 학원은 학생들에게 학교 수업의 중요성을 먼저 강조해야 하며, 지나치게 많은 숙제로 아이들이 학교 수업을 소홀하게 해서는 안 됩니다. 기본 개념을 오래 되씹고 곱씹으며 천천히 걸어가는 학생, 항상 즐겁고 발랄하며 지적호기심에 충만한 학생이 가장 높은 곳까지 올라갈 수 있습니다.
윤일현(송원학원진학실장·ihnyo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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