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국예탁결제원 이수화 사장

입력 2009-04-13 06:00:00

사장으로 부임한 뒤 가장 큰 숙제는 조직의 슬림화였다. 금융 위기의 고통을 나누고자 부임 직후 자신의 월급을 40%나 삭감했다. 임직원 33%, 일반 직원도 7% 삭감하고 올해 임금은 아예 동결해 버렸다. 예탁원 내 각 부서도 부(部)팀제에서 대(大)팀제로 군살을 뺐고, 의사 결정도 1단계로 줄이거나 많아야 2단계까지만 거치게 했다.

구석구석에서 새고 있는 예산도 철저히 막고 있다. 예탁원 업무가 주로 온라인 상으로 하는 것이어서 경기도 일산에 20층 건물의 전산센터가 있다. 전산센터 확대와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책정된 예산 700억원을 지난해 8월 부임하자마자 절반인 389억원으로 깎아서 발주한 사례는 관련 업계에서 유명하다.

이 사장은 공무원 출신이 아니다. 한미은행 지점장과 씨티은행 부행장을 거친 정통 은행맨이다. 대리로 시작한 한미은행에선 삼성센터·여의도·강남 등 주요 3대 지점장을 모두 거쳐 화제가 됐다. 한미은행이 씨티그룹에 인수된 뒤엔 대규모 구조조정 속에서도 실력을 인정받아 임원으로 승진했다. 이후 예탁원 사장 공모에 응시해 까다로운 검증 절차를 거쳐 발탁됐다.

이 사장의 은행 경험은 큰 장점이다. 기획·인사·총무 등 관리 업무는 한 번도 하지 않았다. 대신 외화관리·자금조달 등 20여년의 행원 생활 전부를 영업의 최일선에서 보냈다. 그는 "바닥에서 습득한 리더십이 CEO 생활에 적잖은 도움이 된다"고 했다.

예탁원은 최근 대만중앙예탁기관(TDCC)과 업무 제휴 계약을 체결, 한국과 대만 기업이 상대국 증시에 동시 상장하는 것이 가능하게 됐다. 이로써 국가간의 예탁 및 결제 인프라를 활용해 발행회사 뿐 아니라 투자자에게 보다 저렴하고 효율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업계에선 이를 성사시킨 이 사장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CEO가 되고 나니 앞만 바라보고 달려왔던 눈을 주변으로 둘러 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가끔 고향인 대구로 시선을 돌리면 "안타깝다"고 한다. "제가 어릴 때 전국 3대 도시로서 위용을 떨친 대구였는데 지금은 부산은 물론 인천에도 뒤져 있습니다. 소비 도시로 전락한 대구를 빨리 생산 도시로 바꿔 놓아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기업 유치가 최우선 과제라고 주장했다. "기업을 유치하게 되면 지역 생산성 향상은 물론 넘치는 젊은 인력 흡수가 가능하다"며 "지방자치단체도 땅 값에 연연하지 말고 무조건 기업을 유치한 뒤 나중에 지방세 등을 거둬 들이는 방법으로 살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대구가 고향인 이 사장은 경북고(54회)와 영남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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